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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작권 재연기’ 애걸 말고 예정대로 환수해야 |
2015년 말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시기를 다시 연기하자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대해 미국 쪽은 대체로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전작권 재연기를 하려고 미국 쪽에 매달리지 말고 착실하게 환수 준비를 하기 바란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상원 군사위에 제출한 재인준 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예정대로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군사적 측면에서 전환 시점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미국 내 전문가들도 대부분 재연기에 부정적이다. 이들은 ‘국제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경제적으로도 강국인 한국’이 전작권 환수 재연기를 꾀하는 것에 당혹해하면서, 전략적 이유보다는 한국 내 정치나 심리적 차원에서 동기를 찾고 있다. 아기가 젖떼기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오랜 대미 의존에 안주하려는 심리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빌미로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구태여 환수 재연기에 나설 아무런 이유가 없다. 따라서 재연기 논의가 이뤄지더라도 우리 정부가 미국에 애걸하는 식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나라의 장래는 물론이고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마지못해 환수 재연기에 응하더라도 전반적인 군사전략 조정 등에 따르는 충분한 대가를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차기전투기사업을 비롯한 무기 구입이나 방위비 분담금 등에서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할 거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근본적인 문제는 환수 재연기론 자체에 있다. 전작권을 환수한다고 해서 주한미군이 갑자기 철수하거나 한-미 연합 전쟁수행 능력이 약해지지는 않는다. 전시에 미국이 한반도에 무력을 증강하는 것도 자신의 이익 때문이지 전작권의 소재와는 관련이 없다. 반면 전작권이 환수될 경우 우리 군의 운용에서 자주적 대처가 쉬워지고 각종 한반도 관련 현안에서 대북 협상 능력이 커진다. 전작권 환수 재연기는 여러 정권이 꾸준히 추진해온 한-미 전략동맹 강화라는 방향과 맞지 않으며, 6년 이상 애써온 환수 준비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온 ‘국제적인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전작권 환수 재연기 문제가 논란이 되는데도 박 대통령이 뒤로 빠져 있는 것은 잘못이다. 환수 재연기가 꼭 필요한 이유를 국민에게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재연기 추진 움직임을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 박 대통령이 할 일은 전작권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체제를 갖추고 점검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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