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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자씨 30억’, 과연 남편의 부정과 무관한가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가 은행에 30억원을 넣어 놓고 다달이 1200만원씩 받아가고 있는 사실이 확인돼, 검찰이 이 예금을 압류했다고 한다. 서민들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거금이라는 점도 놀랍지만, 전 전 대통령 부부의 어처구니없는 배짱이 더욱 경악스럽다.
돈을 맡긴 엔에이치(NH)농협은행 신촌지점은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다. 예금주도 이순자라고 당당히 밝혔다. 예금 가입 시기는 지난해 11~12월쯤이고 30억원은 현금도 아니었다고 하니,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우리 부부를 건들지 못할 것’이라는 오만함이 배어나온다.
이순자씨의 이런 당당함은 지난해 4월 총선 때도 선을 보인 적이 있다. 투표장에서 만난 기자들이 ‘가족들 돈으로 추징금을 해결할 수 있지 않으냐’고 질문을 하자, 이씨는 “대한민국에서는 각자가 하는 것이고 연좌죄(제)도 아닌데 그건 아니죠”라고 일축했다. 이어 “각하 것은 성의껏 다 냈어요. 그것은 알고 계세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하지만 이씨는 남편의 부정과 비리에서 결코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그는 2004년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숨긴 재산을 추적하다 이씨에게서 130억원을 받아냈다. 당시 이씨는 “10년간 남편과 함께 친정살이를 하면서 모은 알토란 같은 내 돈”이라고 항변했다. 이씨가 한때 부동산가에서 ‘연희동 빨간 바지’로 불릴 정도의 복부인 노릇을 했다고 하지만, 130억원은 초급장교의 부인이 아껴서 모을 수 있는 한도를 훨씬 뛰어넘는다.
또 1989년 당시 30억원을 호가하는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땅에 이씨가 소유권 가등기를 해놓은 게 드러나기도 했다. 이 땅은 2006년 12월 소유권이 딸 효선씨에게로 넘어갔다. 이씨는 실제 가격이 40억원을 웃도는 서울 연희동 자택의 본채도 본인 이름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런 거액과 부동산이 설사 이씨 소유라 할지라도, 전 전 대통령의 부정한 돈을 종잣돈 삼아 불렸을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검찰은 30억원의 출처를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최근 통과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은 금융자료, 회계자료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씨의 세 아들들에 대한 비리 혐의도 철저히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회사 운영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을 경우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또 이런 전방위 수사는 전 전 대통령 부부로 하여금 숨겨놓은 재산을 스스로 내놓게 하는 방법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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