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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성공단 문제, 실무회담에서 타결할 수 있나 |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를 다루는 남북 당국간 5차 실무회담이 22일 열렸으나 핵심 사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끝났다. 타결 전망이 잘 보이지 않는 실무회담을 무한정 계속할지에 대한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논의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는 데는 남북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북쪽은 다시 수정안을 내놓는 등 비교적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북쪽은 자신이 생각하는 공단 재가동 및 중단사태 재발 방지책뿐만 아니라 신변안전 및 투자자산 보호 등 제도적 보호장치, 외국기업 유치 등 개성공단 국제화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나름의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리 대표단은 ‘일부 협의가 진전된 부분도 있지만 재발 방지 방안에 대한 입장 차이가 가장 크다’고 평가했다. 우리 대표단의 말이 사실이라면 북쪽은 자신이 일방적으로 공단 운영을 중단시킨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남쪽 태도도 유연성이 부족하다. 회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보다 재발 방지 보장과 국제적 규범에 맞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필수적인 내용으로 꼽았다. 이를 반영해 대표단은 엄격한 조건을 북쪽에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발 방지 보장 조처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며, 북쪽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이 되풀이해서 언급하는 국제적 규범이라는 말도 추상적이다. 규범이 없어서 공단 운영이 중단된 게 아닌 만큼, 당장 공단 정상화에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앞으로의 과제로 돌리는 게 적절하다.
실무회담이 잘 진행되지 않는 배경에는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남쪽은 북쪽이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기를 꺾으려고 하고, 북쪽은 남쪽의 공단 정상화 의지를 의심한다. 다시 회담이 열려도 비슷한 구도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성과 없는 회담이 보름 이상 이어지면서 동력도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고위급 회담으로 격을 올려 책임감을 높이고 변화를 꾀하는 게 한 방법이다. 남북이 애초 추진한 것도 장관급 회담이었으나 격 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고위급 회담에서는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여러 현안을 동시에 논의할 수 있어 양쪽 다 운신의 폭이 커진다.
개성공단 문제에 대한 해법 도출 과정은 새로운 남북관계의 틀을 짜는 기초가 될 것이다. 어느 한쪽이 모든 것을 다 관철하려 하는 것은 과욕이다. 최우선 과제는 공단의 조기 정상화다. 양쪽은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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