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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득보다 실이 큰 취득세 인하 재고해야 |
정부가 주택 취득세율을 낮추겠다고 하자 지방자치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23일 긴급회의를 열어 지방재정에 심각한 손실이 우려된다며 취득세 인하 논의를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가뜩이나 재정 형편이 좋지 않은 지자체들이 중앙정부가 재원 보충 방안도 제대로 내놓지 않고 덜컥 세율 인하부터 하겠다는 데 대해 반기를 드는 것은 당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에 성급하게 결정한 취득세 인하는 득보다 실이 크므로 재고해야 한다.
취득세는 지방세수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지자체의 주요 재원이다. 현행 2~4%인 취득세율을 1~2%로 낮출 경우 2조7000억원의 지방세수가 감소한다고 한다. 당장 세수가 많이 줄어들 지자체들로선 절박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들은 지금도 재원 부족으로 보육이나 노인복지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취득세 인하가 건설업자를 살리기 위해 서민복지를 희생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부는 지방세제 개편과 재정 조정으로 재원을 보충해주겠다고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세제는 거래세인 취득세는 낮추고 보유세인 재산세는 올리는 게 옳은 방향이긴 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취득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를 보완할 만큼 재산세를 올릴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또한 국세인 부가가치세 일부를 지방소비세로 전환할 경우, 국세 수입이 줄고 국세에서 지원되는 지방교부세도 불가피하게 줄어들 수 있다. 상반기 국세가 작년보다 10조원 가까이 줄어든 상태여서 중앙정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중앙정부의 약속은 현찰 대신 불확실한 어음을 쥐여주는 격이다.
이처럼 부작용이 눈에 빤히 보였기 때문에 안전행정부와 지자체가 국토부의 취득세 인하 요구에 맞서 반대한 것이다. 취득세를 인하하려면 과세권을 가진 지자체와 충분히 협의하고 재원 대책을 먼저 마련하는 게 순서다. 이번 결정은 거꾸로 무리하게 진행됐다. 박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에게 취득세 인하 문제에 대한 개선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하자 답부터 내놓고 문제를 풀어가는 격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일의 선후가 중요한 재정정책을 이런 식으로 졸속 처리해선 곤란하다. 취득세는 지자체가 과세권자여서, 정부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감세하겠다는 것은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일이기도 하다.
취득세 인하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것인데 그 효과 또한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한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취득세를 감면할 경우 주택 거래량은 일시적으로 4~6% 늘어나고 신규 수요는 거의 창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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