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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당공천 폐지 후속대책 빈틈없어야 |
민주당이 25일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를 거쳐 시·군·구 기초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관한 정당공천제도 폐지 방침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새누리당도 지난 대선 때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어 내년 6월 지방선거부터는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이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는 지방자치 역사와 함께 이어져온 해묵은 논쟁거리다. 한편에서는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과 공천 비리, 지역 현안과 무관한 사안들에 대한 소모적 정쟁 등의 폐단을 지적하며 정당공천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에 정당공천은 책임정치 실현을 위해 필수적이며 정당을 선거 참여에서 배제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폐지 반대론도 만만치 않았다.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는 학계에서도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압도적인 표차로 정당공천제 폐지를 결정했다. 특히 최근 1년간 당비를 납부한 충성도 높은 권리당원들이 참여한 투표에서 참가자의 67.7%가 정당공천 폐지에 찬성한 것은 당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공천의 폐해가 그만큼 심각함을 방증한다. 공천권을 가진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정당 지역책임자들의 전횡, 이 과정에서 빚어지는 금권의 난무, 돈과 조직이 있는 기득권 세력들만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불공정한 경쟁 구조 속에서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실에 대한 거부감이 당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당공천제를 개선하기보다는 아예 없애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여기는 것 자체가 우리 정당이 처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야가 모두 정당공천제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상 이제는 또다른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과제로 남는다. 정당공천을 폐지한다고 해서 지방선거의 문제점이 한꺼번에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깨끗하고 유능한 일꾼들이 쉽게 지역정치에 진입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지방 토호세력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적지 않다. 과거 정당공천이 금지됐던 지방선거 당시 ‘내천’이라는 눈 감고 아웅 하는 모습이 나타났던 경험도 있다.
각 정당은 이런 문제점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한다. 특히 정당공천제 폐지로 여성들의 정계 진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튼튼히 하는 과제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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