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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준 미달 ‘막장 종편’, 징계만 하면 뭐하나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를 보도하면서 ‘사망자가 한국인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말한 동아일보사의 종합편성채널 <채널에이>에 대해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내렸다. 관계자 징계는 과징금에 이은 두번째로 강한 법정 제재다. 형식적으로는 중징계이다. 하지만 일반 시민의 상식과 이 방송이 사회에 던져준 충격에 비춰볼 때, 형편없이 낮은 수준의 솜방망이 징계에 불과하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법정 징계는 과징금(5000만원 이상 벌점 15점, 5000만원 미만 벌점 10점), 관계자 징계, 해당 방송 프로그램 정정·수정 또는 중지(이상 벌점 4점), 경고(벌점 2점), 주의(벌점 1점)의 단계로 되어 있다. 한마디로, 지금의 징계 방식으로는 아무리 엉터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해도 벌금만 내면 만사 끝이다. 문제의 프로그램을 폐지할 수도 없다. 이번과 같이 국내외를 경악시킨 ‘막말 보도’를 하고도 받는 징계가 고작 관계자 징계인 것을 보면, 종편이 징계를 의식해 막장 방송을 스스로 자제하길 기대하기 어렵다. 벌점이 쌓이면 종편 재허가 때 불리하다고는 하지만 운전면허처럼 몇 점 이상이 되면 자격을 박탈한다는 명확한 기준도 없다.
‘막장 종편’의 재발을 막으려면 우선 문제의 프로그램을 폐지할 정도로 강력한 제재 방안을 신설해야 한다. 또 벌점도 합산해 일정 점수 이상이 되면 다음 재허가 때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확실한 기준선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가장 센 징계가 과징금에 불과하고, 아무리 많은 벌점이 쌓여도 정치적 고려로 종편 재허가가 결정될 수 있는 구조로는 ‘막말 방송-경징계-또 막말 방송’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해당 방송사가 자성하고 재발을 방지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동아일보사는 방송사고 이후에 해당 진행자를 하차시키고 사장 이름의 사과문을 낸 것 말고는 가시적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같은 아시아나 사고와 관련해 한국인 조종사 이름을 엉터리로 보도해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샌프란시스코의 지역방송 <케이티브이유>(KTVU)가 최근 관련 피디 3명을 해고한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동아일보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징계로 이번 사건이 일단락됐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년 초부터 종편과 보도채널에 대한 재허가 심사를 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이번 사건을 거울 삼아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엄격하게 심사해 수준 미달의 저질 종편을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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