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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25 정전 60돌, 평화체제 구축 출발점으로 |
27일은 한국전쟁을 일단락 지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돌이 되는 날이다. 이날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가볍지 않다. 정전 상태라는 ‘불안한 평화’가 60년이나 지속된데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정전협정의 서명국인 미국과 북한은 이날 각각 비중 있는 기념행사를 연다. 미국에서는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에서 열리는 행사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국방장관·보훈장관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현직 대통령이 이 행사에 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이날을 전승절로 부르는 북한은 대외 홍보를 강화하는 등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과시하고 내부 단합을 꾀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근래 최대 규모의 열병식도 열릴 예정이다. 두 나라의 이런 모습 자체가 냉전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한반도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 이면을 관통하는 정서는 여전히 대결이다.
우리나라는 ‘유엔군참전·정전60주년’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행사를 하지만 북한과 미국만큼 의미가 부여돼 있지는 않다. 정전협정일보다는 전쟁 발발일을 중시해온 이제까지 관행과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정전협정을 반대했던 역사 등이 영향을 끼친 듯하다. 그러면서도 미국 행사에는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박근혜 대통령 특사단을 비롯해 정승조 합참의장과 각 군의 장성급 대표 등이 대거 참석한다. 이는 우리 땅에서 일어난 전쟁의 정전 기념행사를 미국에서 치르는 꼴이어서 문제가 있다. 전쟁 때 북쪽을 지원한 중국이 권력 서열 8위의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을 북쪽 기념식에 보낸 것과도 대비가 된다.
정부의 이런 의존적인 태도가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서도 되풀이돼선 안 된다. 한국전쟁은 우리가 싸우고 미국 등이 지원한 전쟁이며, 그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를 확보하는 것 또한 한반도에 사는 우리의 몫이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설 때만 튼튼한 평화구조가 만들어진다. 주변 강국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핵심 동력은 한반도 안에서 나와야 한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이 언급돼 있고, 2007년 10·4 정상선언에도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지속적으로 평화가 유지될 수 있는 틀을 짜기 위한 논의는 6자회담 등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찾는 대화와 동시에 시작돼야 한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이 결렬 위기에 빠졌다. 남북관계가 제 궤도를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듯하다. 그렇더라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과제를 먼 훗날의 일로 제쳐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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