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7.28 18:22 수정 : 2013.07.29 08:44

검찰이 경찰에 합법적인 집회의 보장을 요구하는 변호사에 대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인권의 대변자 노릇을 하는 변호사가 개인 비리 사건이 아닌 일로 영장 청구 대상이 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이다. 법원이 기각하긴 했으나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로, 법치를 가장한 보복이나 인권탄압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찰은 25일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 과정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 등 3명을 연행했다. 경찰은 이 중 권 변호사에 대해 경찰을 밀쳐 다치게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7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경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28일 권 변호사에 대한 실질심사를 거쳐 영장을 기각했다.

변호사라고 해서 법 위의 존재일 수 없지만, 검찰과 경찰의 영장 청구 이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 원인을 따지지 않고 결과만을 보는 형식논리에 불과하다. 권 변호사가 경찰과 충돌을 빚게 된 것은 합법 집회를 경찰이 불법적으로 막으려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권 변호사 등이 집회를 열자 이를 제지하려고 했고, 권 변호사 등이 이에 격렬하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양쪽 간 충돌이 벌어진 게 사건의 진상이다. 이미 대한문 앞 쌍용차 집회에 대해서는 법원이 정당한 집회라고 판결한 터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신고된 집회 장소에서 경찰이 질서유지선을 설정함으로써 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신고된 집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하라고 긴급구제 결정을 내렸다.

이런 상황이라면 경찰이 신고된 쌍용차 집회를 제한하고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 보호했어야 마땅하다. 합법 집회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변호사의 행동을 트집 잡아 연행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더욱이 권 변호사가 그동안 경찰의 불법적이고 자의적인 집회·시위 제한 및 금지에 맞서 헌신적으로 싸워온 인권 변호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기회에 ‘혼 좀 내보겠다’는 보복의 냄새마저 짙게 느껴진다.

이번 사건은 최근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사원을 지지하기 위해 방문한 희망버스 때처럼, 사회적 갈등을 사회적 합의와 소통이 아니라 엄격한 법률 적용으로 제압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오도된 법치’와 일맥상통한다. 정부는 사회 갈등의 근본적 해소 노력 없이 법치만을 앞세울 경우 사회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