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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29 09:02 수정 : 2013.07.29 09:02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제주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포럼에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과세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경제활성화를 위해 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는 재벌의 부당한 경제력 집중과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말 도입된 경제민주화의 상징이다. 올해가 시행 첫해인데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재벌의 압력과 요구에 백기를 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계열사간 거래에서 대주주 지분이 3% 이상이고 내부거래 비율이 30% 이상인 경우 이익을 증여로 간주해 증여세를 물리는 제도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세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과세 요건을 보완하고, 대기업은 지분 관계가 있는 계열사간 내부거래에서 지분율만큼 과세 금액을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달 초 국세청이 납부 대상 기업 주주 1만여명에게 안내문을 발송한 뒤 일부 중소·중견기업들이 반발하고 전경련 등 재계가 세무조사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때문에 투자를 못하겠다고 조직적으로 들고일어선 게 그 배경인 듯하다.

일감 몰아주기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다. 회사 이익기회 유용, 소액주주 이익 편취, 편법 증여 등 불공정과 비리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가 출자한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재벌 소유주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수백억~수조원의 이익을 챙겨왔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그렇게 번 돈이 지난 2010년까지 1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국세청이 추산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액이 연간 1000억원가량이라고 하니 재벌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얻는 이익에 비하면 형편없이 적을 뿐 아니라 과세 요건이 과한 것도 아니다. 과세 대상자가 1만여명에 이르러 1인당 1000만원꼴로 세부담이 기업 활동을 옥죌 정도라고 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형적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겠다고 했는데, 계열사간 지분만큼 증여세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도 상충된다.

기업들도 달라져야 한다. 일감 몰아주기가 탈세이자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국세청이 과거에는 세무조사를 해서 1000억원의 세금을 낼 게 있으면 500억원 정도만 부과했는데 지금은 1000억원을 다 내라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세금이 기업활동에 부담이 된다는 비유겠지만, 이전처럼 깎아달라는 뜻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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