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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조사 무력화 ‘공범’ 된 민주당, 야당 맞나 |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는 결국 허울뿐인 청문회로 전락해가고 있다. 여야의 국정조사 정상화 합의 내용을 보면 과연 이런 청문회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심각한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청문회의 핵심인 국정원 기관보고는 비공개로 결정됐고. 증인·참고인 조사는 고작 이틀밖에 되지 않는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 등 핵심 인사들이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사실상 전무해 보인다.
특히 여름휴가를 핑계로 국정조사를 일주일 쉬기로 한 대목에 이르면 말문이 막힌다. 국정원 국기문란 행위의 중대성이나, 특위의 계속된 개점휴업 상태를 고려하면 국정조사 기간을 더 연장해도 시원찮을 형편인데 정반대로 갔다. “다른 의원들은 쉬는데 우리 특위 위원들은 일하고 있다”(새누리당 권성동 의원)는 따위의 발언을 보면 새누리당이 청문회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민주당도 여기 슬그머니 동조한 셈이 됐다.
여야 합의 내용을 보면서 드는 심각한 의문은 ‘과연 민주당이 지금 제정신인가’ 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국정조사를 무력화하려는 새누리당이야 그렇다 치자. 그런데 민주당도 새누리당의 몽니 전략에 완전히 백기를 들면서 국정조사 무력화의 ‘공범’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솔로몬의 선택에 나오는 어머니의 심정” 운운하며 합리화하고 있지만 염치없는 변명일 뿐이다. 아이가 이미 죽은 상태가 돼버렸는데 무슨 솔로몬의 지혜 타령인가. 민주당 스스로 국정원 정치개입의 실상을 밝혀내겠다는 각오는 사라지고 ‘국정조사를 하긴 했다’는 알리바이 만들기에 급급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무기력과 무능력의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도, 정국을 이끌어갈 전략도, 새누리당을 압박할 지렛대도 없이 그저 하염없이 끌려다닐 뿐이다. 손발이 척척 맞는 새누리당과 달리 허약한 리더십에 내부 이견 조율도 제대로 못한 채 갈등상만 노출하고 있다. 이런 민주당의 상황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새누리당한테 번번이 당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싸움질만 하는 야당’이니 ‘민생을 도외시하는 정당’이니 하는 이미지를 두려워한 나머지 꽁무니를 빼고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대중을 상대로 한 정당에서 여론이나 이미지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국정원 정치개입 같은 중대한 민주주의의 실종 문제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이미지나 신경을 쓰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좌고우면하다가 게도 구럭도 모두 잃고 있다.
[시사게이트#6] 국민을 위한 국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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