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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성공단 정상화’가 ‘책임 문제’보다 먼저다 |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마지막 회담 제안이 담긴 전통문을 29일 북쪽에 전달했다. 회담이 순조롭게 열려, 양쪽은 공단 운영을 조기에 정상화할 수 있는 합의를 이뤄내야 할 것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번이 마지막 회담임을 강조했으나 그 의미가 뭔지는 확실하지 않다. 정부 안에 강경파가 다수여서 공단 폐쇄 쪽에 강조점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반면, 절박한 상황을 부각시켜 합의를 이끌어내려 한다고 볼 수도 있다. 류 장관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인도적 대북지원 계획을 함께 발표한 것은 정상화 합의 쪽의 시각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정부는 회담을 결렬 위기에 빠뜨린 공단 중단 사태의 책임 소재 및 재발방지책과 관련해 이전과 거의 같은 강경 입장이어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정부가 만약 공단 폐쇄를 염두에 두고 요식행위로서 회담을 제안한 것이라면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북쪽은 6차례의 실무회담에서 공단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데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남쪽이 제기한 공단 국제화나 통행·통신·통관 등의 문제에서도 비교적 적극적이었다. 재발방지책에 대한 논의가 실질적인 의미에서 상당히 진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회담이 결렬 위기에 빠진 것은 공단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 문제 때문이었다. 남쪽은 명확하게 잘못을 인정하라고 북쪽을 추궁했고, 북쪽은 남쪽도 함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단 정상화 논의가 이렇게 서로 상대의 굴복을 요구하는 치킨게임처럼 돼버려서는 합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무회담을 통해 확인한 것은 북쪽이 개성공단 운영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도 일관되게 공단 정상화를 말한다. 그렇다면 군사·정치적 성격이 강한 중단 사태 책임 문제를 우회해 공단의 원활한 운영 방안에 논의를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양쪽 다 공단 정상화를 바란다면서도 책임 문제로 입씨름만 하는 것은 결국 남북 관계를 대결적으로 바라보는 태도에 기인한다. 개성공단은 바로 이런 태도를 넘어서기 위해 만들어졌다. 공단의 조기 정상화가 책임 문제보다 먼저인 것이다. 중단 사태의 배경이 된 군사·정치적인 문제를 깊이 다루려면 그에 상응하는 고위급 회담 등을 열어서 논의하는 게 적절하다.
개성공단은 복잡한 정세 속에서도 남북 관계를 일정하게 담보하는 ‘평화특구’ 구실을 해왔다. 남북 모두 이를 인정했기에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을 거치면서도 공단은 중단되지 않았다. 양쪽은 공단이 폐쇄될 경우 남북 관계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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