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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집권여당의 국조 ‘훼방’ |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여야가 휴가철이라며 다음달 5일까지 국정조사특위 일정을 미루더니 이번에는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또다시 의견이 맞서 국정조사 일정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한다. 여야 합의대로 다음달 7~8일 청문회를 열려면 31일까지는 증인 채택이 이뤄져야 하는데 하루 전인 30일까지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국정조사가 증인 채택 문제로 또다시 기우뚱거리는 것은 새누리당의 계속된 방해 작전 탓이 크다. 이번에는 새누리당이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혐의로 고발된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주장하면서 협상이 난항이라고 한다. 새누리당은 두 의원의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으면 여야가 이미 의견 접근을 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증인 채택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현·진선미 두 의원의 국조특위 위원 배제를 놓고 몽니를 부리더니 이제는 증인 채택 문제로 또다시 걸고넘어지는 것이다.
이번 국조의 주요 목적은 민주주의를 훼손한 국정원 댓글사건의 진상을 밝히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의 진상을 밝히자며 국조 자체를 무력화시키려 드는 것은 반민주적인 횡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의 이런 태도는 국민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무책임한 것이다.
새누리당 국조특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협상을 서둘러도 모자랄 판에 30일 지역구로 내려가 여야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당내에서 독주를 계속하는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의 막가파식 행태도 문제다. 그는 30일 여야 대표 회담의 논의 대상 중 하나인 대화록 실종 사건에 대한 검찰 고발 취하 문제를 두고 “전혀 있을 수 없다”고 미리 못을 박는 사실상의 월권행위를 했다고 한다. 집권여당이 무책임한 강경파에 휘둘려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거듭된 국정조사 고사 전략에 원외투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는데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30일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거부가 계속되면 어떤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어떻게든 합의해 국정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지금처럼 계속 억지를 부리면 국정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 원내대표의 고민의 일단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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