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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일보 ‘법정관리’, 신문 정상화 전환점 되길 |
한달 반 이상을 끌어오던 한국일보 사태가 법원의 개입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서울중앙지법은 1일, 이 회사의 전·현직 직원이 채권자 자격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을 받아들여 재산보전 처분과 동시에 보전관리인 선임을 명령했다. 한국일보가 사실상 법정관리에 들어간 셈이다. 이에 따라 사주인 장재구 회장은 이날부터 인사와 재무, 신문발행 업무를 포함한 모든 경영권을 상실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30일 장 회장에 대해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구속 여부는 5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언론의 정도를 무시하고 재산 지키기에만 집착해 무리를 거듭해온 장 회장에 대한 사필귀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신문사 사주로서의 장 회장에 대한 신뢰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린 사건은 6월15일의 편집국 봉쇄 조처다. 그는 이날 ‘충성 맹세’를 요구하는 문서를 기자들에게 들이대며, 이에 응하지 않는 기자들의 편집국 출입을 막았다. 이를 계기로 대다수 기자를 배제한 채 만드는 신문을 ‘쓰레기 종이 뭉치’라고 비난하는 이 회사 논설위원들의 성명이 나오고, 독자와 시민 사회에서도 장 회장을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됐다. 결국, 장 회장은 사회의 공기인 신문을 개인의 주머니에 든 공깃돌처럼 다루다 게도 구럭도 잃는 상황을 자초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비정상 상태로 놓여 있던 한국일보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정상화의 방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장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뒀던 그간의 무리수를 물리고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우선 보복성으로 이뤄진 주필, 편집국장, 부장단 인사를 사태 이전으로 되돌리고, 그동안 신문 제작에서 배제됐던 190여명의 기자들이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한국일보의 전통과 역사, 가치를 잘 계승할 수 있는 주인을 찾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법정관리인은 숫자를 기업 회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경우는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과는 달리, 민주주의의 가치를 유지·강화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언론사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새 주인을 찾는 과정에 한국일보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원 대표를 필수적으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는 신문이 저널리즘의 원칙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 결국 지금부터 본격화할 한국일보 정상화의 첫걸음도 저널리즘의 원칙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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