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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자기 ‘치부’ 빼놓고 다른 기관만 손보나 |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대형 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흡하긴 하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당시의 국정원장과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한 데 이어, 씨제이그룹 사건에서도 국세청 전·현직 간부들을 겨냥하고 있다. 또 4대강 사업 입찰 비리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고,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집행 작업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독 검찰이 몸을 사리는 분야가 남아 있다. 바로 검찰 내부의 과거 치부에 대한 수사다. <한겨레>가 1일 보도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 당시 ‘검찰 지휘부의 수사방해 의혹’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검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팀은 당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주무관의 전임자였던 김경동 주무관의 집에서 중요 문건이 담긴 이동식 저장장치(USB·유에스비)를 압수했다. 유명한 ‘일심충성 문건’이 담긴 그 유에스비였다. 그런데 이 유에스비가 돌연 서울중앙지검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디지털포렌식센터를 통해 유에스비 출력자료를 받아 수사팀에 전달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는 애초 보도와 달리 유에스비 자체가 통째로 대검으로 넘어가 상당기간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사 검사의 사표 소동까지 겪은 끝에 사태가 수습됐으나 결국 수사는 수사팀 의도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한다.
유에스비에 담긴 문건의 작성자인 진경락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을 3월27일부터 세 차례나 소환했으나 불응했고 4·11 총선 전에는 체포하지 말라는 지시에 따라 결국 총선 이틀 뒤에야 조사하는 바람에 ‘몸통’ 규명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당시 정황을 되짚어보면 검찰 지휘부에서 수사를 방해한 흔적이 뚜렷하다. 불법사찰 은폐 때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재진 당시 법무장관이 이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보도 내용대로라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고 아직 공소시효(5년)도 남아 있다.
불법사찰의 피해자 격인 <와이티엔> 노조는 지난 3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권 전 장관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했다. 특별검사 수사까지 진행된 내곡동 사저 비리에 대해서도 참여연대가 이 전 대통령을 고발했고, 당시 검찰의 왜곡·축소 수사 과정은 의문투성이로 남아 있다.
검찰이 다른 권력기관에는 사무실까지 수색하며 과감하게 덤비면서 자기 식구 관련 사건에는 몸을 사린다면 떳떳하지 못하다. 국민들은 검찰을 여전히 개혁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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