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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무원노조 거부, 명분도 법적 근거도 없다 |
고용노동부가 조합원이 14만명이나 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설립신고서를 2일 반려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3차례나 반려한 데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다시 반려해 벌써 네번째 신고를 거부한 것이다. 특히 이번엔 노동부와의 실무협의를 거쳐 전공노 스스로 규약까지 개정했음에도 신고서를 반려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전공노의 활동을 격려하는 메시지까지 보내 놓고 선거가 끝나자 딴소리를 한 것은 뒤통수를 친 격이 아닐 수 없다. 경제 살리기 명분 아래 노동권을 옥죄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공무원노조는 셋으로 나뉘어 있다가 2009년 전국공무원노조란 이름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당시에도 3개 공무원노조가 합치면서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았다거나, 해직자가 포함돼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신고서를 반려하곤 했다.
그래서 새 정부 들어 전공노 쪽은 노동부와 협의를 거쳐 이들이 요구하는 대로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한다’고 규약을 고쳤다. 해직자를 배제한다는 공무원노조법을 존중한다는 취지여서 전공노로서는 127명의 해고자에 대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의원대회를 통해 규약을 고친 셈이다.
그런데 노동부는 이번에는 돌연 규약의 단서조항을 문제 삼고 나왔다. 조합원 적격에 대한 해석을 중앙집행위원회에 위임함으로써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장 전공노와 민주노총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데서 알 수 있듯이, 실무협의까지 거쳐 놓고 새롭게 단서조항 운운하는 것은 트집 잡기가 아닐 수 없다. 지난달 25일 노동부가 기자회견까지 예정했다가 연기한 것을 보면 노동부 밖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노조 설립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로, 신고만으로 설립이 되는 것임에도 신고필증 교부를 거부함으로써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국제기준으로 봐서도 공무원의 노조 설립은 당연한 것이다. 경찰관까지 파업하는 유럽 국가들처럼 단체행동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단결권은 보장해야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에 부합한다.
이번 조처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전공노 총회에 축하메시지를 보내 “공무원의 권리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14만 조합원에게 격려 말씀을 드린다”며 “공무원의 지위 향상과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약속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명분도 법적 근거도 없는 반려 조처를 취소하고 즉각 노조 신고필증을 교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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