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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02 19:03 수정 : 2013.08.02 19:03

지난달 25일 제6차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다음 회담 날짜도 잡지 못하고 결렬된 뒤 답답한 교착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29일 ‘마지막 회담 제안’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는데도 북쪽은 2일까지 닷새 동안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남북 양쪽 당국의 기싸움에 남북 협력과 화해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영영 폐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차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있다.

북쪽은 개성공단을 고사시키기로 결심한 것이 아니라면, 우선 우리의 실무회담 재개 제안을 받아들여 다시 회담장에 나와야 한다. 어떤 명분으로든 회담을 하자는 제의를 걷어차는 것은 옳지 않은 자세다. 주장할 것이 있고 바꿀 것이 있다면 서로 만나서 요구하는 게 맞다.

우리 정부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마지막 회담을 제의하면서 협상을 하자는 건지 최후통첩인지를 분간하기 힘든 강경 자세를 보였다. 북쪽에 재발 방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요구하면서 그러지 않으면 ‘중대한 결단’을 내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중대 결단이 공단 폐쇄를 의미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제3자의 시각에서 보면, 협상 제의라기보다 공단 폐쇄용 명분 쌓기에 가깝다.

우리 정부가 6차까지 협상을 하면서 얼마나 경직된 태도로 임했는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의 인식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입주기업 대표 등은 30일 낸 성명에서 “우리는 지난 6차 회담에서 북한 제안에 대해 전향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회담 과정에서 국제화나 통신·통행·통관 보장 등 우리 정부의 의제가 대부분 북쪽 안에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도 평가했다. 즉, 우리의 경직된 자세가 회담을 결렬로 몰고 갔다는 진단이다. 실제 우리 쪽은 6차까지 계속 수정 제안을 한 북쪽과 달리, 수석대표가 바뀐 3차 회담 이후부터는 수정안 자체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핵심은 공단 중단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완승완패의 자세로는 협상이 재개돼도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 책임 소재에 대해 서로 생각하는 바가 근본적으로 다르고, 어느 일방의 전적인 책임이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남북 양쪽은 남북 상생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살리기 위해 서로 한발씩 물러서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일단 서로 이견이 없는 공단 정상가동부터 시켜 놓고 이견이 있는 부분은 차차 논의해도 늦지 않다. 책임론에 얽매여 공단을 폐쇄로 몰고 가는 건 목욕물과 함께 어린아이까지 버리는 어리석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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