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국정원 사태 포괄적 해법 모색해야 |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가 공전하면서 대치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여야는 4일 원내 지도부가 만나 국정조사 정상화 방안을 협의했지만 국정원 기관보고를 예정대로 5일 실시한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보고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을 공식 제안했지만 청와대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밤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촛불집회에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수만명의 시민이 참여해 국정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촛불을 밝혔다.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정치권에 국정원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고 국정조사를 살리고, 국정원을 전면 개혁하라는 게 광장에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였다. 국정원 사태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가 새누리당의 교묘한 정치놀음으로 좌초 위기에 빠진 만큼 박 대통령이 책임지고 전면에 나서 해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국정원 사태를 근본적으로 매듭지으려면 국회 국정조사를 제대로 하네 마네의 문제를 넘어선 포괄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여야가 협의를 통해 국정조사를 정상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사태의 본질에는 접근하지도 못한 채 새누리당의 쥐었다 놨다 하는 식의 협상 전략에 말려 울며 겨자 먹기 식의 국정조사가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 분노만 가중될 뿐이다. 국정조사를 정상화하는 선을 뛰어넘는 해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국정조사에 핵심 증인들을 세워 진상의 일단이라도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재준 국정원장 경질은 국정원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남 원장이 남아 있는 한 국정원 개혁은 공염불일 뿐이다. 국정원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 대해 박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숨어 국민을 우롱하는 집권여당의 정치놀음을 그저 방관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김한길 대표와 만나 대화해야 한다. 형식과 순서는 서로 협의해서 정하면 된다. 원내 지도부끼리 만나 국정조사 정상화 방안 등을 찾는 것도 필요하지만 여야 지도자들이 만나 큰 틀에서 정국을 매듭지을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 야당과 주요 사안에 대해 협의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줄곧 약속했다. 지금 야당과 대화하지 않으면 임기 내내 이 공약을 실천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