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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감스런 미국의 애플 수입금지 거부권 행사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일 애플의 일부 제품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수입을 금지하도록 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조처는 자국 기업인 애플의 이익을 대변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단히 유감스런 조처다.
미국이 국제무역위의 결정을 거부하면서 내세운 이유부터 옹색하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결정은 미국 경제의 경쟁 여건과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 다양한 정책적 고려에 대한 검토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번 거부권 행사가 특허권 침해 여부에 대한 기술적 판단보다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내린 ‘정치적 결정’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번 조처는 그동안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 정책을 펴온 미국의 기존 정책과도 어긋난다. 미국은 첨단기술을 보유한 자국 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지식재산권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후발국 기업들의 추격을 억눌러온 게 사실이다. 애플이 삼성을 카피캣(모방자)으로 몰아붙이며 삼성을 상대로 온갖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도 그런 흐름의 하나였다. 그런데 거꾸로 미국 기업인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으니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국제무역위의 결정이 나오자 이를 인정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모순이다.
이번 거부권 행사가 표준특허의 남용을 막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도 이해하기 어렵다. 국제무역위가 지난 6월 애플 제품의 미국 수입금지 결정을 내린 것은, 애플의 삼성 특허 침해를 인정하고 삼성과의 표준특허 사용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삼성이 표준특허의 합리적인 사용 허가에 성의를 보였는데도 애플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특허 침해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를 두고 표준특허 남용이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지식재산권 정책이 정치적 개입에 의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럴 경우 강대국들이 자국 기업의 이익 보호를 위해 편파적인 정책결정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앞으로는 이번 거부권 행사 같은 불공정한 결정이 나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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