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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06 18:50 수정 : 2013.08.06 18:50

박근혜 대통령이 2기 청와대를 출범시키더니 불쑥 ‘사초 증발’ 발언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6일 국무회의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을 두고 “중요한 사초가 증발한 전대미문의 일은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일로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대화록 관련 첫 언급인데, 정치권에서 또다른 논란을 불러올 여지가 다분하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별도 회견에서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원내대표가 모두 참석하는 5자 회담을 제안했다. 애초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여야 대표만 참석하는 3자 회담을 제안한 것을 5자로 확대한 것이다. 여당 대표의 제안에 청와대가 수정 제안을 한 것도 이상하고 원내대표까지 참석하는 5자 회동이란 낯선 형식을 끌어들인 배경도 미심쩍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인사 뒤 하반기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에서 ‘사초 증발’ 발언으로 야당을 자극하고, 애매한 5자 회담을 제의한 것은 대화 의지를 의심케 한다. 박 대통령이 국기 문란에 대해 언급했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이야말로 초유의 국기 문란 사건이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대화록을 사전에 입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두고 대화록 실종만 똑 떼어 언급하는 것은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보는 격이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없다. 새누리당이 대화록 실종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한 마당에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검찰에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비칠 수도 있다.

5자 회담 제의도 마찬가지다. 정국을 풀려면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원내 현안이 많다는 핑계로 원내대표들까지 불러들여 이런저런 입법 사항까지 논의하면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 지금 여야 지도자들이 만나는 것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불거진 정국 경색을 풀 포괄적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9월 정기국회 입법 사항을 논의하자는 게 아니다. 5자 회담 제의는 국정원 정국의 초점을 흐리고 여야 정치권의 분란을 부추기는 물타기 성격이 짙다. 5자 회담은 지금 정국에선 적절치 않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정치권에 대해 “국민 삶이 나아지지 않고 힘든 가정이 많은데 정치권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국민의 삶과 경제회복을 위해 힘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그야말로 제3자적인 태도다. 대통령이야말로 정치의 중심이다. 박 대통령이 남에게 한가로이 주문할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먼저 야당과 진정으로 대화하고 타협하는 모범을 보일 때 우리 정치는 앞으로 한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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