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8.06 18:50 수정 : 2013.08.06 18:50

국회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특위’가 5일 남재준 원장 등 간부들을 불러 국가정보원에 대한 기관보고를 들었으나 역시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남 원장은 ‘원세훈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해 사실상 ‘대북 심리전’이라고 강변하는 등 잘못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고수했다. 잘못한 게 없다면서 자체 개혁은 왜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해서도 자신의 독자적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엔엘엘(북방한계선) 포기”라며 사실과 동떨어진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한마디로 ‘원세훈 국정원’뿐 아니라 ‘남재준 국정원’ 역시 언제든 정치에 발벗고 뛰어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조직임을 스스로 드러낸 자리였던 셈이다.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돼 여야 간사가 전한 내용에 따르면, 남 원장은 국정원의 댓글 활동에 대해 “정당한 국가안보 수호 활동”이라며 “정상적인 활동을 전직 직원이 정치적 이유로 대선 개입으로 호도한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적반하장의 억지가 아닐 수 없다. 사이버 활동이 현행 국정원법상의 직무범위를 넘는 것이란 지적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합법적이란 주장을 고수했다. 김대중·노무현 등 전직 대통령을 모욕한 댓글에 대해서도 일부 직원들이 ‘개인 신분으로’ 단 것이라는 등 궤변으로 일관했던 모양이다.

대화록 공개에 대해서도 사과는커녕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의 엔엘엘을 없애자는 발언에 동조했기에 포기라고 본다”며 “영토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공작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 국정조사의 위기에 몰리자 돌연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놓고도 ‘남재준 국정원’과 청와대, 여당 등 여권 전체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는 듯이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앞으로 국정조사는 물론, 국민들이 촛불시위를 통해 요구하고 있는 책임자 처벌과 국정원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된 것은 지난 대선 결과의 정당성에 한 치의 오점도 남겨선 안 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불통’ 태도 때문이다. 남 원장은 대화록 공개가 자신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소한 일까지 챙기는 박 대통령이 그 정도 사안을 재가하지 않았으리라고 믿을 국민은 없다. 박 대통령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국정원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