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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워싱턴포스트 매각이 던져주는 교훈 |
<뉴욕 타임스>와 함께 미국 여론, 더 나아가 사실상 세계 여론을 주도해온 <워싱턴 포스트>가 인터넷 기업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에게 매각됐다. 워싱턴포스트의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인 도널드 그레이엄은 5일(현지시각) “수년간의 경영난에 처하면서 다른 소유자가 포스트를 더 잘 경영할 수 있다는 생각 끝에 매각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인터넷 시대가 몰고 온 종이신문 업계의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매우 충격적이다.
1877년 창간된 워싱턴포스트는 1933년 경매를 통해 그레이엄 가문에 넘어간 이래, 4대에 걸친 80년 동안 그레이엄 가문의 지배 속에서 성장해왔다. 지방지로 출발한 이 신문이 세계적인 권위지로 우뚝 서게 된 것은 1971년 미국 정부의 압력을 뚫고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개입에 대한 비밀연구를 담은 ‘국방부 보고서’를 보도하고, 이듬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임으로 이끈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보도하면서부터다. 이 과정에서 당시 발행인이었던 캐서린 그레이엄이 국익우선주의에 맞서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보여준 결단과 용기는 지금도 바람직한 언론사주의 모범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세계적 권위지의 명성도 인터넷이 몰고 온 변화의 바람을 이기지는 못했다. 특히 인터넷에 친숙한 젊은 독자층이 이탈하면서 1993년 83만2332부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부수는 올해 3월 절반 수준인 47만여부로 급감했다. 부수 감소는 광고에도 영향을 끼쳐, 포스트는 최근 7년 연속 적자에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5300만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냈다. 인터넷 시대와 종이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획기적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최근 발표된 <뉴스위크>와 뉴욕타임스의 자매지 <보스턴 글로브>의 매각도 그 원인이 다르지 않다.
워싱턴포스트의 매각은 우리나라 신문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터넷 등 뉴미디어가 몰고 온 언론환경의 변화는 우리가 미국보다 크면 컸지 작지 않다. 2010년에 29%였던 가구 신문구독률이 불과 2년 만에 절반도 안 되는 11.6%로 떨어졌다는 최근의 조사(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의 열독 현황과 패턴 분석’)는 우리나라 신문의 위험지수가 얼마나 높은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뉴스를 전하는 기술이 아무리 변해도 뉴스 자체의 중요성은 변할 수 없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건전한 언론의 존재는 필수품이다. 신문업계를 포함해 우리 사회 모두가 새 미디어 환경에서도 언론이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함께 힘써야 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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