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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07 19:03 수정 : 2013.08.07 19:03

내년부터 설·추석 연휴가 토요일 또는 공휴일과 겹치면 다음날 또는 전날 하루를 더 쉬는 대체휴일제가 도입된다. 이럴 경우 앞으로 10년간 9일, 연평균으로 따지면 0.9일씩 공휴일이 늘어난다. 당장 내년 추석이 토요일과 연휴가 하루 겹치니, 하루를 더 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애초 대체휴일제 얘기가 나왔을 때에 비하면 시기나 적용 대상이 반 토막이 나고 말았다. 지난 4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만장일치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을 때만 해도 모든 빨간 날이 대체휴일제에 적용돼, 늘어나는 공휴일이 1.9일이었다. 이게 0.9일로 줄었으니 절반도 안 된다. 어린이날을 넣을지는 9월 다시 논의를 해본다니, 그건 지켜볼 일이다.

게다가 대체휴일제는 ‘공무원들만을 위한 제도’가 돼버리고 말았다. 물론 민간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대체휴일제를 지킬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지키지 않아도 되니, 대체휴일제는 몇몇 대기업에서나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우리 사회는 공공부문, 대기업과 나머지 중소기업체 사이에 근로조건의 격차가 심해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반쪽짜리 대체휴일제는 노동시장의 불평등만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렇게 된 책임은 재계의 저항과 이를 너무 쉽게 받아들인 정부·여당에 있다. 국회 안행위에서 여야가 이 제도에 합의하자 며칠 뒤 전경련과 경총 등 이른바 ‘경제 5단체’가 즉각 실력 행사에 나섰고, 유정복 안행부 장관 등은 이들의 논리를 거들어주었다. 국회 논의는 중단됐고, 넉달 뒤 나온 정부·여당의 합의안이란 게 이렇게 쪼그라들고 말았다.

이런 대체휴일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와 너무나 거리가 멀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34개 회원국 중 최장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상위 17개국의 평균보다 30.5%를 더 일한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은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그쳤다. 생산성은 일하는 시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창조경제를 하겠다면 노동자의 몰입도, 기술, 그리고 창조적 역량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여가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국민이 창조경제의 주역이 되긴 어렵다.

대체휴일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2월 제시한 새 정부의 140개 국정과제에 포함될 정도로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다. 국민과의 약속을 이렇게 쉽게 깨뜨릴 수는 없다.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를 마무리한다니, 아직 시간은 있다. 대체휴일제란 이름이 민망하지 않도록 제대로 시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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