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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5 20:08 수정 : 2005.08.25 20:21

사설

“1997년 대선후보의 선거자금 조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하게 한다. 청와대 쪽은 극구 부인하지만 누가 봐도 노 대통령이 검찰에 ‘수사지침’을 내린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 대통령이 그토록 자랑해 오던 검찰에 대한 정치적 불간섭 원칙을 물거품으로 돌리는 발언이다. 게다가 노 대통령은 “이회창 후보를 다시 조사한다면 대통령인 내가 너무 야박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마치 전제군주가 시혜를 베푸는 듯한 발언이다. 정경유착의 진상을 밝히는 문제가 과연 대통령이 야박하게 느껴지고 말고의 차원에서 접근할 사안인지 궁금할 뿐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부랴부랴 부연 설명에 나섰지만 이런 설명을 들을수록 혼란은 더욱 커진다.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보복성 과거사 조사는 불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도대체 누가 보복을 위해 조사하자고 하는지 묻고 싶다. 기업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까지 눈을 감아주자는 게 아니라는 열린우리당 쪽의 설명도 마찬가지다. 돈을 받은 쪽은 수사하지 말고 돈을 준 쪽만 수사하자는 이야기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그렇다치고 이제 관심의 초점은 검찰의 대응에 모아지고 있다. 검찰이 자랑해 오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실제 행동으로 증명해보일 기회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선자금 수사 등 검찰의 과거 업적은 엄밀히 말해 대통령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통령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를 수 있는 배짱과 소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검찰이 대통령의 수사지침을 받들어 삼성의 불법로비 의혹 수사 등을 어물쩍 넘어간다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헛된 수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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