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5 20:09
수정 : 2005.08.26 11:41
사설
시민의 문화적 권리를 명문화한 ‘문화헌장’이 시민사회에 의해 제정돼 오는 10월 정식 공포된다고 한다. 엊그제 초안이 공개된 문화헌장은 모든 시민은 평등한 문화적 권리를 누리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시민사회가 만들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민·관 합작으로 공포된다는 점에서 시민의 자발성과 국가의 규율성을 동시에 담보한 최초의 시민 권리헌장인 셈이다.
문화적 권리를 사회경제적 권리와 대등한 기본적 인권으로 규정한 헌장 앞글의 발상은 참신하다. 문화권을 평등권의 맥락에서 파악하면서 이에 대한 국가의 책무까지 규정한 본문의 시각도 진보적이다. 먹고 사는 데 바쁜 나머지 문화와 문화적 권리는 뒷전이었던 우리 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 문화헌장을 가지게 됐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 문화가 예술의 영역만이 아니라 사람의 총체적 생활양식을 두루 아우르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곧 공포될 문화헌장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간다’라는 삶의 궁극적 목표 의 하나와 맞닫아 있다.
문화헌장은 우리 시민사회가 국가를 상대로 헌장의 공포를 강제할 수 있는 녹녹지 않은 역량을 지니게 됐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상투적인 관변적 ‘국민헌장’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헌장’인 점을 명확히한 것도 시민사회의 문화 잠재력과 무관하지 않다. 문화헌장 제정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문화가 단순한 사치성 치장이나 주변적 담론의 대상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 정부는 문화헌장에 깃든 깊은 뜻을 잘 헤아려 조항 하나하나에 힘을 실어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문화정책의 장기적 기조를 시민의 문화적 권리 보장에 맞추는 한편, 문화와 관련된 각종 법률을 시대정신에 맞게 정비하는 데도 문화헌장을 밑거름으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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