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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자감세 놔두고 월급쟁이 쥐어짜는 세제개편 |
정부가 중산층 이상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을 크게 늘리는 세법개정안을 8일 발표했다. 기존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앞으로 5년간 2조원가량을 더 걷겠다고 한다.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축소 폭은 애초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것보다 작았다. 급여생활자의 유리지갑은 가차없이 쥐어짜면서 재벌 대기업은 성장 잠재력 확충이란 명목을 내세워 봐준 꼴이다. 세제개편에 따른 세수증대 효과가 5년간 2조5000억원 정도에 그쳐, 늘고 있는 재정수요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올해 세제개편의 핵심은 소득세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비과세·공제 등에 따른 면세자 비율이 전체 근로자의 36%에 이르고 중위소득자의 소득공제 비율도 43%에 이르러 세입 기반을 확충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걷기 쉬운 소득세 부담은 늘리면서 대기업과 부유층 등 세금을 더 매겨야 할 곳에는 별로 손을 대지 않아 결과적으로 형평성에 더 어긋나게 됐다. 근로장려세제의 혜택을 늘리고 자녀장려세제를 도입해 저소득층의 세부담은 2만~18만원 줄어들지만,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뀜에 따라 총급여가 3450만원만 넘으면 세금이 늘어나게 됐다. 연봉 4000만~7000만원 사이의 소득자는 한해 평균 16만원, 7000만~8000만원 소득자는 33만원가량 세금이 늘어난다니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이 적잖이 줄어들게 됐다. 월급쟁이만 봉이냐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올 만하다.
반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주머니가 넉넉한 대기업의 부담은 그렇게 많이 늘지 않았다. 세율은 그대로 두고 비과세·감면 폭만 소폭 줄인 탓이다. 대기업의 연구개발 세액공제 혜택도 10%에서 3%로 줄이는 선에서 그쳤다. 유망 서비스업에 대한 연구개발 세액공제 지원은 오히려 확대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시행 첫해부터 완화해준 것도 경제민주화 의지와 조세정의를 빛바래게 한다. 세금을 물리지 않아 논란이 됐던 공무원 직급보조비와 종교인의 소득에 과세하기로 한 점은 그나마 잘한 일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세제개편안에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이 담겨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복지 확대 등으로 늘어날 재정수요를 위해 앞으로 5년간 48조원을 국세 수입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세제개편에 따른 세수증대 효과는 2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올 상반기엔 전년 동기에 비해 세금이 10조원이나 덜 걷혔다. 이대로 가면 재원이 달려 복지 공약을 축소하거나, 국채 발행으로 재정건전성을 희생해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추가 재원이 필요하면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세입 확충의 폭과 방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증세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세수 결손이 눈에 빤히 보이고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로 대기업과 부유층만 혜택을 보고 있는 현실에서 원론적인 말만 되뇌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이제는 재원 확충과 형평과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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