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죽어가는 4대강, 시간이 없다 |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어제 ‘낙동강에서 녹조가 늘어난 건 4대강 사업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온, 일사량, 인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유속이 느려져 녹조가 더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자세한 설명도 덧붙였다. 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조류가 발생한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체류 시간이 대폭 늘어난 이유는 4대강에 16개의 보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도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이렇듯 자명한 사실을 윤 장관이 새삼스레 설명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건재하는 ‘4대강 마피아’ 때문이다. 윤 장관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4대강 녹조 현상 확산 원인 중 하나로 4대강 사업을 지목했다. 정부는 그동안 녹조 확산과 4대강 사업의 연관성을 부정해왔는데, 윤 장관이 전향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자 4대강 세력의 ‘윤성규 두들기기’가 시작됐다.
<동아일보>가 사설을 통해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하라’고 비판했고,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도 윤 장관의 한마디 한마디를 트집 잡아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다. 4대강 사업 옹호에 앞장섰던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홍준표 경남지사 등 여권의 친이계는 “수량이 풍부해짐으로써 자정능력이 높아져서 과거에 견줘 녹조 현상이 완화됐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 사업이었다는 감사원 발표마저 ‘정치감사’라고 매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녹조는 사실 4대강으로 인한 파괴적 결과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환경단체와 민간 전문가, 야당 의원들로 꾸려진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이 6~9일 실시한 현장조사에서도 그 폐해는 속속 드러났다. 낙동강 일대와 남한강 일대를 돌아본 결과 수질오염, 역행침식, 세굴, 재퇴적 등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특히 경북 칠곡군 왜관읍 금남리 낙동강변의 1㎞ 가까운 버들 군락지가 ‘무덤’이 돼버린 건 참상이었다.
강이 신음하며 앓고 있는 게 이렇듯 분명한데도, 박근혜 정부는 머뭇거리고만 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선 4대강 사업 검증, 후 보 철거 여부 결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보 철거는커녕 4대강 사업 검증위원회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 ‘친이명박’ 세력을 의식한 망설임으로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실에 직접 지시를 내려 검증위원회를 조속히 꾸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보 철거 등 후속 대책을 결정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4대강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