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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09 18:50 수정 : 2013.08.09 18:50

출판사가 자신이 낸 책을 마구 사들여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책 사재기’가 얼마 전 문제가 된 바 있다. 이제 비슷한 방식으로 노래의 순위를 조작하는 ‘음원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런 일을 방치한다면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음원 사재기는 ‘스트리밍(실시간 듣기)을 이용한 횟수 조작’을 말한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특정한 노래의 듣기 횟수를 늘려 인기 순위를 올리는 것이다. 4분짜리 노래를 하루 종일 반복해서 듣더라도 그 횟수는 360회에 그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아이디로 하루 1만건 이상 스트리밍을 하는 경우가 있다니 놀랍다. 수백개의 기기가 같은 아이디를 쓰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일을 대행해주는 전문업체가 여럿 있으며, 3억~5억원 정도를 주면 새 노래를 음악차트와 방송 프로그램 인기 순위에서 10위권 안으로 올려준다고 한다. 대중음악계에서는 몇 해 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니 상처가 곪을 대로 곪은 셈이다.

몇몇 대형 기획사가 7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이튿날 문화체육관광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오히려 때늦다. 대책에는 음악차트의 순위를 내려받기(다운로드) 중심으로 개선하고, 음원 사재기에 해당할 경우 저작권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으며, 법률 조항을 강화해 음원 유통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내려받기보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은데다 음원 사이트마다 순위 기준이 달라서 일률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형 기획사가 대중음악계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도 군소 기획사들이 음원 사재기의 유혹에 끌리는 배경이 된다.

법적·제도적 규제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중음악계의 자정 노력이다. 무엇보다 눈앞의 수익만 생각하다가는 대중의 신뢰를 잃어 음악시장 전체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음원 사재기의 주무대가 되는 음원 사이트들이 분명한 태도를 보이길 바란다. 비정상적인 스트리밍을 가려내 음악차트 등에 반영을 하지 않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방송사들도 음원 사재기 효과를 피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음원 가격이 너무 싸서 음원 사재기가 쉽게 일어난다는 지적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이제 나라 밖에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건강한 생산·유통·소비 구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앞날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음악계 종사자들의 각성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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