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설] 국정원, 세금으로 뒷돈 대주며 댓글 달게 했나 |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번에는 댓글공작에 동원된 민간인 계좌에서 공작금으로 추정되는 거액의 흔적이 포착됐다. 경찰은 검찰에 넘긴 수사기록에 ‘국정원의 정보원비’일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고, 검찰도 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인 1명에게 1억원 가까운 돈이 건네진 이상, 사건 실체를 제대로 밝히기 위해 자금 전체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 특히 여당과 국정원이 “정당한 대북심리전”이라며 검찰 수사 결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마무리 수사를 진행중인 검찰의 분발이 요구된다.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경찰의 이 사건 검찰 송치 기록을 보면, 댓글공작에 동원된 민간인 이아무개씨의 은행 계좌 2곳에 각 4925만원과 4309만원이 입금됐다고 한다. 씨티은행 계좌에 입금된 4925만원 가운데 74%인 3660만원은 대통령 선거 전 8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입금돼 대선용 활동비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검찰이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 15곳의 서버를 압수수색하면서 600여명의 개인정보를 제시한 바 있어, 댓글공작에 동원된 민간인을 600여명으로만 잡아도 최소한 수백억원대의 공작금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댓글공작과 관련해 검찰이 원세훈 전 원장 이외에 다른 국정원 간부와 직원들을 기소유예 처리하는 바람에 사건 실체가 덮이고, 청와대와 여권 등에 불복할 빌미를 준 것은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최근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 대북심리전단 확대개편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재가한 사실이 드러났듯이 이 사건에는 밝혀야 할 의혹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현재 사건 마무리 차원에서 국정원 내부에서 이뤄진 댓글공작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스엔에스)를 이용한 댓글에 대한 보강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이든 서울고검의 항고수사를 통해서든 단순한 보강수사 차원을 넘어 국정원의 대선 개입 공작 실체와 배후 등 미진한 대목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청와대와 여권이 형식적인 국정조사로 위기를 넘기려는 상황에서 검찰의 진상 규명 책임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선 직전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입수해 낭독한 경위와 이른바 박원순 문건에 얽힌 정치공작 의혹이 하나도 해명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 사건 역시 검찰에 고발돼 있는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이들 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여권이 진상이 밝혀지길 원치 않는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검찰은 이에 개의치 말고 제 길을 가야 한다.
[관련영상] [한겨레 캐스트 #147]국정원 개혁 외면할수록 촛불은 커진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