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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12 19:21 수정 : 2013.08.12 22:29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세제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말했다. 당연한 조처다. 지난 8일 세법개정안이 발표됐을 때 우리는 방향과 순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부자나 대기업 감세는 놔두고 월급쟁이들만 쥐어짜는 세제개편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와 여야는 조세 형평성을 지켜나가면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쪽으로 조세정책의 큰 틀을 바꿔나가기 바란다.

정부는 우선 ‘증세는 없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대적 과제인 보편적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박근혜 정부가 공약한 복지 확대에 5년간 들어갈 재원은 무려 134조5000억원이나 된다. 이런 엄청난 재원을 증세 없이 마련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증세 없는 복지’는 복지를 안 하겠다는 말과 같다.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2017년까지 21%로 올리겠다는 조세부담률도 상향조정하는 등 조세정책 전반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증세를 위해서는 먼저 이명박 정부 때 이뤄진 ‘부자 감세’부터 철회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에 대한 감세정책을 원래대로 돌려놓지 않고는 실질적인 증세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올 상반기 국세 수입이 지난해보다 10조원가량 줄었는데 그중 거의 절반 정도가 법인세수 감소액이 차지하고 있다. 또 부동산 과다보유자나 고소득 자산가 등 부유층의 세금 부담도 더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현행 3억원 초과로 돼 있는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과표의 하향조정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 중산층 이상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을 늘리는 게 옳은 순서다. 이번 세제개편안 중 세액공제로의 전환 등 합리적인 부분이 있었음에도 비판이 거셌던 것은 감세 기조는 철회하지 않고 부자 감세로 인해 부족해진 세수를 봉급쟁이 주머니에서 빼내 채우려고 했기 때문이다. 만약 부자나 대기업의 세부담부터 늘리고 그다음에 중산층 이상 소득자들의 세부담도 늘리겠다고 했다면 조세저항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한 만큼 세정당국은 처음 내놓은 세법개정안을 적당히 땜질하고 넘어갈 생각은 말아야 한다. 세부담이 늘어나는 근로소득금액 기준을 3450만원에서 상향조정하는 등 숫자 몇 개 고쳐서 될 일이 아니다. 부자 감세 기조의 전면적 철회와 근로소득자의 형평 과세가 보장되지 않으면 국민적 조세저항이 계속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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