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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13 18:36 수정 : 2013.08.13 18:36

우리나라의 광복절, 일본 사람들이 말하는 ‘종전기념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두 나라 간에 서로 8·15를 받아들이는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이맘때면 으레 현해탄 양안에 긴장감이 감돌곤 한다. 하지만 올해는 그 파고가 유난히 높다. ‘전쟁에 패한 것을 빼고는 하나도 잘못한 것이 없다’고 확신하는, 전후 가장 군국주의적이고 우파적인 아베 신조 정권과 함께 이날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12일 자신의 고향인 야마구치현을 방문해 “개헌은 나의 역사적 사명이다. 아직 나는 뜻을 이룬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1차 내각 때인 2006년 당시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못한 것이 통한의 극치’라고 했던 어법과 매우 흡사하다. 우리나라, 중국 등 이웃 나라의 우려에 개의치 않고 자기가 목표로 삼고 있는 군사화·우경화의 길을 꿋꿋이 가겠다는 결의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이날 발언은 참의원 선거 대승 이후 이웃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역사 분쟁’을 당분간 피하고 경제 살리기에 집중할 것이라는 안팎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언동이다. 최근 아소 다로 부총리의 독일 파시즘 수법의 개헌 방식 학습 필요성 발언, 일제 침략 시기 중국 상하이 폭격에 가담했던 전투함 ‘이즈모’와 같은 이름의 항모급 호위함 진수와 함께 공격적 대외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신호로 볼 수밖에 없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론자인 고마쓰 이치로 전 주프랑스 대사를 헌법 해석을 담당하는 내각 법제국장에 임명한 것도, 우리나라와 중국의 예상되는 반발에도 이나다 도모미 행정개혁상 등 일부 각료들이 15일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헌법을 개정해 군사력 보유를 합법화하고 국수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려는 데 대해 이웃 나라들이 반대하고 우려하는 까닭은 자명하다. 일본이 과거 침략의 역사와 단절하지도 않았고, 단절할 것이라는 믿음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침략에 대한 정의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침략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국제적인 인권유린의 상징인 일본군 군대위안부 문제마저 역사에서 삭제하려는 것을 ‘보통국가화’라고 하는 나라를 침략을 당했던 당사국들이 아무 이의 없이 받아들인다면 그게 오히려 비정상적이다.

일본도 이젠 8·15를 자신들이 전쟁의 피해자인 양하는 종전일이 아니라 명실상부하게 패전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동아시아의 화근’이란 비난에서 벗어나 이웃과 어깨동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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