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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14 19:08 수정 : 2013.09.01 22:21

세법 개정안 논란이 엉뚱한 쪽으로 번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 불가를 고집하자 그러면 세금이 부족하니 복지를 축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새누리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부유층과 대기업 세금 깎아주느라 재원이 부족하니 복지도 줄이자는 게 도대체 앞뒤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부·여당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복지 공약을 축소할 궁리를 할 게 아니라 감세 기조 철회 등을 통해 세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방도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섣부른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아집이 자리잡고 있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박 대통령은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고 한다. 바람직한 일이다.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증세 없는 복지’도 이런 차원에서 굳건히 지키려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뜨거운 아이스크림’처럼 형용 모순이다. 증세 없이 복지를 확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현실에서는 이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이런 실현 불가능한 원칙에 매달리는 이유를 짐작 못할 바도 아니다. 기업 감세 등을 통해 기업 투자가 늘어나면 경기가 살아나고, 경기가 살아나면 세금이 자연스레 더 걷힐 것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논리적으로만 보면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늘 이런 기대를 배반해 왔다. 그토록 친기업 정책을 펴며 기업 세금을 수십조원씩 깎아주었던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경기는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감세로 경기를 살린다는 학설은 이미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오류로 인정된 지 오래다. 박 대통령은 이런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길 바란다.

박 대통령의 이런 고집은 세정당국의 정책 선택 폭을 제한하고 있다. 아무리 세제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부자 증세 없이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이번 세법 개정안 파동처럼 부족한 세수를 만만한 근로소득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빼내 채우려다 사달이 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런 제약을 풀어주어 세정당국이 그야말로 창조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복지 재원 조달에 나설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일각에서 부자 감세를 철회해 복지 재원을 늘릴 생각은 안 하고 재원 부족을 핑계로 복지 축소부터 주장하는 것은 유감이다. 지금은 복지 축소니 복지 구조조정이니 하는 말을 할 때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무려 82조원의 세수 감소를 가져온 부자 감세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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