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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세훈·김용판 증언 없인 배후·몸통 못 찾는다 |
국회 국정조사특위에 증인으로 채택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나오지 않아 14일로 예정됐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청문회가 무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16일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으나 두 사람이 출석할지는 불투명하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등의 이유로 나오지 않은 두 사람뿐 아니라, 애초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을 하기로 합의해놓고도 이날 표결에서 반대하는 등 여전히 국정조사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새누리당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검찰 수사를 통해 국정원의 댓글 공작과 경찰의 수사 결과 왜곡·은폐 사실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의 왜곡·은폐를 지시한 배후와, 대선 막판 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해 선거전에 활용하도록 한 몸통이 누구인지에 대해선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다. 겉핥기식 국정조사로 이 사건을 대충 넘겨버릴 수 없는 이유다.
경찰이 국정원의 댓글공작 사실을 확인했으면서도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허위 발표한 것은 경찰사에서 물고문으로 죽이고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거짓 발표한 박종철 사건 이후 최악의 은폐 조작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대선 3일 전 열린 대선후보 토론회를 앞두고 수사결과를 짜맞추던 상황은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에 설치된 폐회로 텔레비전 동영상에 그대로 담겨 최근 잇따라 공개됐다. 과연 누가 경찰에 그런 조작을 지시했고, 새누리당 선대본부 인사들과 박근혜 후보는 어떻게 ‘댓글 없다’는 경찰 발표를 사전에 알았는지는 반드시 밝혀져야 할 핵심적인 내용이다.
당시 선대본부 김무성 총괄본부장이 정상회담 대화록을 어떻게 입수해 낭독하게 됐는지,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이 말한 ‘컨틴전시 플랜’의 내막은 무엇인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다. 촛불 시위대가 나날이 불어나고 있는 것도 단순히 국정원 댓글 공작뿐 아니라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여당과 국정원, 경찰이 한통속이 돼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짙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사건의 본질임을 청와대와 여당은 깨달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속내를 전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은 원세훈 김용판씨 등 불출석 증인들을 비난하기는커녕 대놓고 두둔하고 있다.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불출석해도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할 것”이라며 사실상 불출석을 종용하는 행태를 보였다. 대선 당시 여권 내부의 움직임에 대해 전모를 알고 있을 두 사람의 입을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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