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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새 남북관계 밑거름 되길 |
남북 당국이 14일 7차 실무회담에서 마침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했다. 4월3일 북쪽이 남쪽 사람들의 공단 출입을 제한하기 시작한 지 무려 133일 만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밑거름이 돼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쟁점은 공단 중단사태 책임과 연관된 재발방지 주체 표기 문제였다. 합의된 문구는 ‘남과 북’을 공동 주어로 했다. 공단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것은 북쪽이므로 재발방지 주체도 북쪽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우리 대표단이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전 회담까지 완강했던 우리 정부가 뒤늦게 받아들였듯이,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재발방지다.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공단의 정상운영을 보장한다’는 합의 내용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행동에 대한 약속이므로 오히려 공동 주어가 더 적절한 측면도 없지 않다.
7월6일 1차 회담 때부터 북쪽은 공단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우리 정부도 공단 폐쇄는 바라지 않았다. 그럼에도 회담이 7차까지 이어진 주된 원인은 양쪽이 서로 믿지 못했던 데 있다. 공단의 필요성에 대해 의심하는 정부 안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회담 난항의 배경이 됐다. 이런 모습은 앞으로 바뀌어야 한다. 긴 회담을 거치면서 얻은 교훈은 상대의 처지를 배려하지 않으면 신뢰도 쌓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로 끝없이 의심하며 굴복시키려 해서는 갈등이 증폭돼 양쪽 다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 정상화는 남북의 새 정권이 이뤄낸 첫 합의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먼저 공단이 하루빨리 재가동되도록 후속절차를 빨리 진행시켜야 한다. 공단을 더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논의도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한다. 전반적인 남북관계를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노력도 시급하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 인도적 지원 강화 등은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새 남북관계를 만들어나갈 출발점은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등 이전의 중요한 합의들에 대한 존중이다. 이전 합의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있을 합의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
남북관계 진전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지만 6자회담 재개 등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동력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지난 10여년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남북관계의 진전 없이 북쪽의 핵 포기 결단만을 요구해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한반도와 관련된 다른 모든 과제도 남북이 함께 노력해야 논의 틀이 제대로 만들어진다. 남북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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