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8.15 18:51 수정 : 2013.08.15 18:51

이집트 군부가 이성을 잃었다.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복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온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대 수백명이 숨지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다. 이집트 군 저격수들이 지붕 위에서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는 장면들이 목격됐고, 무력진압에 소총은 물론 기관총까지 동원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시위대가 농성을 벌여온 라바아 아다위야 광장 등이 희생자들의 피로 얼룩지면서 ‘이집트의 천안문 광장 사태’라는 탄식이 쏟아져 나온다.

무장한 군인들이 시민들의 평화적인 집회에 발포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하지만 이집트 군부는 국민에 대한 학살 행위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들은 ‘테러 척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으나 억지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은 군의 총구가 무르시 지지파들을 향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무르시 반대파 쪽으로 옮겨갈 수 있는 것이 이집트가 마주한 현실이다.

이집트가 과거의 군부통치 시대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도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있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이미 며칠 전 주지사 25명을 임명하면서 군 장성 출신(17명)과 경찰 고위간부 출신(2명) 등 모두 19명을 군·경찰 출신으로 채웠다. 과도정부는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카이로 등 주요 도시에서는 통행금지 조처까지 내렸다. 치안회복을 이유로 국민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공안 통치의 고삐를 단단히 채운 것이다.

이집트 사태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 그중에서도 현실적으로 이집트 정국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의 책임이 크다. 미국의 이집트 정책을 보면 줄곧 오락가락, 갈팡질팡, 늑장 대응 등의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 무바라크 대통령 하야 시위 때부터 시작해 무르시 대통령 축출 등 일련의 과정에서 이런 정책적 실패는 계속 되풀이됐다. 이번 유혈사태에 대해서도 존 케리 국무장관은 “정치적 해결책만이 해법” 따위의 발언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연간 13억달러에 이르는 이집트에 대한 군사원조를 잠정 중단하는 문제 등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었다. 미국이 계속 모호한 태도와 혼재된 메시지를 보내는 한 이집트 사태는 더욱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