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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16 18:53 수정 : 2013.08.16 18:53

동행명령장이 발부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16일 국회 국정조사특위에 출석했으나 불성실한 답변 속에 청문회는 성과 없이 끝났다. 두 사람 모두 증인선서를 거부한 채 검찰 수사로 드러난 기초적인 사실조차 부인했다. 여당 의원들은 지능적으로 발뺌하는 증인들을 감싸고 돌았고, 야당 의원들은 사건의 배후와 몸통을 드러내기는커녕 검찰 공소사실을 확인하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진상규명을 바라는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격발시키는 ‘함량미달 청문회’의 후유증이 우려될 정도다.

두 사람은 이날 검찰이 복원한 댓글과 압수한 내부자료 등 증거를 통해 확인한 사실에 대해서조차 모조리 부인하며 설득력 없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아무리 형사재판을 앞둔 피고인 처지라 해도 국민을 우습게 아는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김용판 전 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지난해 12월16일 심야에 경찰이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 발견되지 않음”이란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도 허위 발표가 아니라며 억지를 부렸다. 당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팀은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노트북에서 삭제된 파일을 복구해, 정치이슈가 논의되는 사이트에 수만건 접속하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이유’ 등 대선 관련 게시글을 ‘추천’하는 미심쩍은 행적들을 이미 확인해놓은 상황이었다. 또 김씨가 오피스텔에서 이틀간 나오지 않고 자신의 댓글 흔적들을 삭제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 전 청장은 12월15일 서울청의 분석 결과를 수서경찰서에 넘겨주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래 놓고 다음날 디지털증거분석팀이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확보한 내용들은 덮어둔 채 ‘하드디스크 저장 정보를 수십개의 키워드로 검색했으나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교묘한 말장난으로 사실상 국민을 속였다는 게 검찰이 확인한 내용이다.

원세훈 전 원장 역시 대북심리전단을 통해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 등 각종 선거에 개입하도록 했다는 공소사실을 모조리 부인했다. 총선을 코앞에 둔 2012년 2월17일 부서장 회의에서 2010년 지방선거 결과를 언급하며 “우리가 확실하게 대응하는 한해가 돼야 돼요. 금년에 잘못 싸우면 국가정보원이 없어지는 거야”라며 대놓고 선거개입을 해놓고도 ‘종북세력 척결’을 위한 것이란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심리전단이 게시글에 한 찬반 클릭 중 북한·종북좌파 관련 내용은 겨우 2.7%에 불과하다는 지적에는 아무런 반론을 내놓지 못했다.

국정조사 일정은 남아 있으나 이들의 태도로 보아 대선개입의 배후와 몸통을 가릴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특히 증인들의 발뺌에 맞장구치며 ‘민주당의 정치공작’이라는 등 억지주장을 늘어놓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태도는 양식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의 ‘묵언 지침’ 아래 꼭두각시처럼 바보놀음을 하고 있는 여권의 모습은 한편의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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