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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상급식 예산 삭감은 아이들을 인질 삼는 행위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 860억원을 모두 삭감하겠다고 밝힌 걸 계기로, 2년 전에 이미 끝난 걸로 알았던 무상급식 논란이 다시 불붙을 분위기다. 교총이 발 빠르게 김 지사의 손을 들어줬고, 서울의 일부 보수 성향 학부모단체 등은 무상급식 과정에 비리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보수 언론들은 한입으로 무상급식의 문제점을 들춰내기 시작했다.
무상급식은 이미 마무리된 사안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후보 등이 국민의 마음과 시대정신을 반영해 공약에 담았고 그 결과 압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11년 8월 무상급식에 반대해 주민투표를 시도했다가 역풍에 밀려 시장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소득이 많든 적든 모두 공원을 공짜로 즐기고 공공도서관의 혜택을 누리는 것처럼 학교급식도 무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우리 국민이 동의를 한 것이다.
김 지사는 예산 삭감의 이유로 재정난을 들었는데, 왜 하필이면 아이들 밥그릇부터 빼앗으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경기도에는 낭비성 예산이 수두룩하다. 김 지사의 역점사업이라는 국제요트대회만 해도 이틀 동안 쏟아부은 돈이 113억원이다. 대회를 찾는 사람이 없자, 버스로 경기도 공무원들을 실어날라 관람객 수를 억지로 늘리기도 했다고 한다. 13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수도권 급행철도 사업도 ‘대권용’ 성격이 짙어 보인다. 마치 오 시장이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아라뱃길에 신경을 쓰느라 무상급식은 뒷전으로 미뤘던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게다가 김 지사의 지금 행동은 2년 전과 다르다. 김 지사는 오 시장이 ‘무상급식 반대’를 외칠 때 “경기도는 그냥 무상급식이 아니라 친환경 무상급식”이라며 적극 찬성했다. 김 지사가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하려면 오 전 시장에게 먼저 공개적으로 사과부터 하는 게 인간적 도리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지사의 이런 행동을,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예산 투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율을 영구히 낮추려 하는 등 지방 재정 상황이 어려워질 것 같자, 도의 재정위기를 극명하게 호소해 중앙정부를 압박하려는 성격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그럴 의도라면 좀더 당당해야 한다. 현재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이 8 대 2로 짜여 있는 세수 불균형 문제를 개선하려고 한다든지, 국가가 1차 책임을 지고 있는 복지 제도를 지방정부에 떠맡기려는 것 등에 저항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무상급식을 들고나온 것은 아이들을 인질 삼아 중앙정부와 협상하려는 비열한 행동으로만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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