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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전 위기’의 이집트, 사태악화 막아야 |
이집트 과도정부가 16일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다시 200명 가까이 숨짐으로써 지난 14일의 피해자를 합쳐 사망자가 800명을 훨씬 넘어섰다. 독일 외무장관은 ‘이집트 폭력사태가 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집트 정치세력들의 자제 및 대화와 함께 관련국의 건설적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군부가 주축인 과도정부가 헬기까지 동원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다. 과도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시위를 주도하는 무슬림형제단을 무력으로 제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군경은 수도 카이로의 시위대 거점을 장악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강경 일변도의 대응은 무슬림형제단 쪽의 전면적인 저항을 불러와 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7월 초 군부의 쿠데타 이전까지만 해도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은 집권세력이었다. 중동 지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데다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잡은 이집트에서 내전이 발생한다면 그 파장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지난 10여년 사이에 내전이 일어났거나 진행중인 시리아·리비아·이라크·예멘·아프가니스탄 등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과도정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자제해야 한다. 앞서 무슬림형제단 정권이 독단적인 모습을 보인 탓에 쿠데타 초기에는 과도정부에 기대를 거는 이집트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과도정부가 무력 행사에 기대면서 이제는 여론이 완전히 분열된 상태라고 한다. 이제라도 과도정부는 반대세력과의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무슬림형제단을 모든 정치과정에서 배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 선거 등 민주화 일정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도정부는 말 그대로 정통성 있는 정부를 수립하는 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충실해야 한다.
관련국들은 이집트에서 더 이상의 유혈사태 없이 민주화가 진전되도록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과도정부가 지나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마다 거액의 군사원조를 이집트에 제공하고 있는 미국은 이슬람 세력을 견제하려고 쿠데타 세력을 사실상 지지해온 어정쩡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그동안 이집트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서유럽 나라들과 국제기구들도 과도정부와 이집트 국민들이 분명히 알 수 있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지금의 이집트 사태는 민주주의가 부족해서 일어났지만 사태 해결 또한 민주주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집트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관련국들도 우물쭈물하거나 개입 방법을 잘못 택해 사태 악화에 기여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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