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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20 18:31 수정 : 2013.08.20 18:31

지난해 정수장학회와 <문화방송>(MBC) 간부들이 정수장학회의 문화방송 지분 매각을 비밀리에 논의하는 대화내용을 보도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에게 20일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이 이 사건의 쟁점이던 대화 내용을 ‘녹음’해 ‘보도’한 행위에 대해 “통화할 때 작동되던 녹음기능을 이후 중단시키지 않았다고 처벌할 수는 없다”며 통신비밀보호법 관련 조항을 적극 해석해 무죄로 판단한 것은 의미를 둘 만하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대화를 들은 행위만 분리해 “형법상 정당행위로 보기 힘들다”며 유죄로 본 것은 법논리뿐 아니라 상식에 비추어서도 설득력이 약하다. 비록 실형이 선고된 것은 아니라 해도, 상급심에서는 법 제정 취지와 보도의 공익성·정당성을 두루 반영해 좀더 전향적인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 사건은 애초 검찰의 기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지난해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 등이 장학회 보유 문화방송 주식을 팔아 이자수익으로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 반값등록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극비 추진하려 했다. 이를 취재한 최 기자의 기사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초미의 관심사이던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매우 공익성이 큰 보도였다. 이후 한국신문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미디어공공성포럼 등 여러 언론 관련 단체들이 최 기자에게 최고상을 수여하며 주목할 만한 특종기사로 평가한 것은 이 보도의 정당성을 말해주는 생생한 증거들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난해 대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매각을 모의한 정수장학회 등 관련 인사들은 모두 빼놓고 엉뚱하게 최 기자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로 기소함으로써 대통령 당선자를 의식한 불공정 수사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최 기자가 당시 작성한 특종기사가 뚜렷한 공익성과 정당성을 갖춘 것임은 언론계 공지의 사실인데도 법원이 동일한 행위를 굳이 녹음·보도한 행위와 청취 행위로 나누어 후자에 대해서만 따로 유죄로 판단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동일한 일련의 행위를 대화 청취와 녹음으로 분리하는 것도 어색하거니와, 청취하지 않고 녹음만 했으면 무죄라는 뜻인지 법원의 논리가 궁색해 보인다.

애초 정보기관의 비밀도청 등을 단죄하기 위해 제정한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 취지에 비춰 봐도 정당한 취재 보도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타인 간 대화 녹음을 금지하면서도 처벌은 하지 않도록 한 이 법 14조 1항의 취지 등 일부 쟁점에 대해 별도의 판단이 없는 것도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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