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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20 18:31 수정 : 2013.08.20 18:31

8조3000억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는 차기전투기(F-X) 사업이 애초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이 사업의 최종 기종 선정과 관련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우선 제기되는 것은 절차상의 문제다. 방위사업청이 최근 실시한 가격입찰에서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와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의 유로파이터가 탈락하고 미국 보잉의 F-15SE만 남았다. F-35A 쪽은 기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써냈고, 유로파이터 쪽은 60대의 전투기 가운데 15대를 복좌(조종석 2개)로 하기로 해놓고 6대로 줄인 서류를 낸 점이 결격 사유가 됐다. 정부가 이 사업을 1년 반 이상 진행하면서 기준을 맞추지도 못하는 업체들과 협상을 해온 셈이다. 예산 증가를 염두에 뒀거나 사전협의를 소홀히 한 안이한 태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유로파이터의 탈락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미국산 전투기만 구입해온 관행이 작용했다는 말도 나돈다. 앞서 2002년 1차 차기전투기 사업에서도 최고 점수를 받은 프랑스의 라팔이 떨어지고 보잉의 F-15K가 선정된 바 있다.

이제 성능 면에서 전문가들이 1, 2순위로 꼽아온 기종이 탈락하고 3순위만 남는 이상한 상황이 됐다. F-35A는 주변국의 전투기에 필적할 만한 스텔스 기능에서, 유로파이터 쪽은 기술 이전에서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돼왔지만, F-15SE는 크게 내세울 게 없다. F-15SE를 차세대 전투기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F-15SE는 새로운 차원의 전투기라기보다는 지금 우리 군이 사용하는 F-15를 일부 개조한 것으로, 아직 시제품도 나와 있지 않다. 결국 우리나라만 이 전투기를 쓰게 돼 운영유지비가 많이 들게 될 수 있는 점도 우려된다.

차기전투기 사업은 공군력에서 대북 우위를 확실하게 하고 주변국과의 전력 균형을 맞추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형 전투기 개발 역량을 높이는 것도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다. F-15SE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서 이런 목표들이 소홀하게 다뤄져서는 안 된다. F-15SE 쪽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목표에 크게 모자랄 것으로 판단된다면 사업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

군 내부에서는 차기전투기 사업이 지연되면서 ‘어떤 것이든 빨리 결정하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이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운영유지비까지 생각하면 수십조원까지 들어갈 수 있는 사업인 만큼 내실을 기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20년 뒤에 되돌아봐도 후회하지 않을 사업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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