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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월세 상한제 도입 머뭇거릴 이유 없다 |
전세난으로 세입자들이 한여름 불쾌지수보다 높은 고통을 겪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로 전환하거나 도시 바깥으로 밀려나는 상황이다. 곧 다가올 가을 이사철에는 전세대란마저 우려된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20일 긴급 당정회의에서 내놓은 전월세 대책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시장 상황에 한참 뒤처진다. 당정은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거래 정상화에 비중을 두고 전월세 물량 공급 확대, 전월세에 대한 금융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해 28일 발표하겠다고 한다. 전월세난의 원인이 매매 시장의 침체에 있다고 보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으로 거래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렇게 하면 매매 수요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 혜택은 집 없는 서민들보다 주택 공급업자와 다주택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발등의 불을 끄는 데는 전월세 상한제가 파급력이 큰데도 도입하지 않았다. 전월세 상한제는 계약기간 2년이 끝난 뒤 임차인이 원하면 1회에 한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하고, 계약 갱신 때는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를 시행하면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임대주택의 수익이 감소해 전월세 공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한다. 하지만 계약 갱신을 한 차례 보장하고 인상률을 제한하면 지금 같은 과도기 세입자 보호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월세 부담 완화를 위한 금융 세제지원은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월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월세는 물량이 있는 편이지만 세입자 부담이 크다.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전셋값 기준으로 적용하는 연간 이자율은 6~7%로 4%대의 장기 주택대출금리보다 높아 적지 않은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월세를 납부한 사람에 대해 400만원까지 해주고 있는 소득공제도 확대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단을 찾지 못한 이유는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뒤쫓아가는 탓이다. 전세 대출을 확대해 서민들의 전셋값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대책은 되레 전셋값만 올리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 전세가 매매 대신 월세로 이동하는 주택임대시장의 구조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주택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주거권 보장 차원에서 공공임대주택을 크게 늘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주택 시장의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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