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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학무기 대량학살’까지 벌어진 시리아 내전 |
내전이 진행중인 시리아에서 21일 화학무기를 쓴 것으로 보이는 최악의 참사가 일어났다. 정부 쪽은 화학무기 사용을 부인하고 있으나 피해자들의 상태는 화학무기로 인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사망자 수도 민간인을 중심으로 1300명이 넘는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화학무기로 대량살상을 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 1997년 발효한 화학무기금지협약 제1조는 ‘어떤 상황에서도 화학무기의 개발, 생산, 보유, 획득, 이전, 배치 및 사용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리아와 이집트, 북한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이 협약에 가입한 상태다. 세계 최대 화학무기 보유국으로 알려진 시리아는 지난해 생화학무기 보유 사실을 확인하면서 ‘서방이 내전에 군사개입을 하면 화학무기를 쓰겠다’고 한 바 있다. 화학무기가 대량살상에 사용된 최근 사례로는 5000여명의 쿠르드족이 숨진 1988년 3월 이라크의 할라브자 학살이 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화학무기 사용설이 나돌면서 유엔 화학무기조사단이 며칠 전 시리아에 입국한 상태다. 시리아 정부가 자신의 말대로 결백하다면 조사단 활동에 최대한 협력해야 할 것이다. 유엔을 비롯해 세계 각국은 추가적인 화학무기 사용을 막고 조사가 철저히 이뤄지도록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해야 한다. 조사 결과 화학무기 사용과 그 주체가 확인되면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우선 시리아 정부가 끝까지 잡아뗄 가능성이 있다. 시리아 정부는 이전에도 반군 쪽이 화학무기를 썼다고 주장해왔다. 게다가 2년 반 동안 10만명 이상이 숨진 내전에 대한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시리아 사태는 애초 독재정권에 맞서는 민주화 시위로 시작했으나 곧 내전으로 발전해 종파에 따라 정부군과 반정부군으로 결집했다. 이웃 나라 정부와 무장세력들은 자신의 이해와 종파에 따라 어느 한쪽을 지원하고 있으며, 유엔 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도 분열돼 있다. 내전을 그냥 두면 인명 피해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지만 외부에서 섣부르게 무력개입을 시도하다가는 사태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책임을 묻고 내전을 평화롭게 종식시키는 것은 이제 국제사회의 최대 과제 가운데 하나가 됐다. 유엔과 관련국들이 이런 목표를 공유하고 조율된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된 나라와 세력들이 지금과 같은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대량살상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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