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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26 19:06 수정 : 2013.08.27 00:40

박근혜 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깨고 26일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정치개입 문제 등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사태를 전향적으로 해결할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는 등 명백한 사실마저 정면으로 부인했다.

국정원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댓글 공작 등을 펼치고, 경찰이 이를 은폐하는 허위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검찰 수사 결과에서도 확인된 바다. 이런 불법 선거운동이 선거 판도를 좌우할 만큼 결정적이었느냐는 문제와는 별개로 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도움을 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박 후보는 “불쌍한 국정원 여직원이 무죄라는데 민주당은 여성의 인권 유린에 대해 말 한마디 없다”(12월17일 천안 유세 발언) 는 등 경찰 허위 발표를 선거 막바지 유세에서 집중적으로 활용했다. 박 후보의 이런 발언이 아직 귀에 생생한데도 ‘선거에 활용한 적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니 기가 막힐 뿐이다.

박 대통령의 인식구조가 이처럼 모든 것을 철저히 자기 편한 대로 갖다 붙이는 식이니 제대로 된 정국 해법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 박 대통령은 오히려 야권의 ‘부정선거’ 공세에 대해 “금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역공을 펼쳤다. 국정원의 국기문란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를 ‘대선 불복’으로 몰아가면서 사태의 본질을 회칠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금도에 어긋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국정원 조직 개편을 비롯한 국정원 개혁은 벌써 시작됐다”고 국정원의 ‘셀프 개혁’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잘못된 ‘정신’을 비호하면서 ‘조직’만 손대는 개혁이 어떤 개혁이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박 대통령이 진정 국정원 개혁의 뜻이 있다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라는 엄청난 정치개입 행위를 저지른 남재준 원장부터 사퇴시키는 것이 정상이다. 정치개입의 당사자에게 국정원 탈정치의 개혁을 맡긴 것부터 이미 제대로 된 국정원 개혁은 물 건너갔음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이 “민생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말한 것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 발언은 야당 대표와의 회담 의제는 ‘민생 법안 처리’ 등으로 한정하고, 회담 형식도 야당 대표와의 단독 회동은 거부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야 영수회담의 묘미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의제에 구애받지 않고 만나 기탄없이 의견을 교환하고 통큰 타개책을 찾는 데 있는데도 박 대통령은 이런 해법을 외면하는 듯하다.

박 대통령의 집권 6개월을 맞아 언론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문제점은 ‘인사 난맥’과 ‘소통 부족’이었다. 독선의 정치에서 벗어나 위임·소통의 정치를 펼치라는 전문가들의 주문도 잇따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런 지적에 대해 보란듯이 ‘불통과 독선’으로 대답했다. 박 대통령의 옹고집을 보며 쇠귀에 경 읽기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박근혜 ‘가림막 지지율’, 각성이 필요하다 [한겨레캐스트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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