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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월세 상한제’ 핵심 빠진 세입자 대책 |
정부가 28일 세제, 금융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한 전월세 대책을 내놓았다. 집을 살 때 취득세를 깎아주고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취득세 및 양도세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한다. 낮은 금리의 장기 대출로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세금도 깎아주고 금리도 내려줄 테니 집을 사라’는 게 고심 끝에 내놓은 전월세 대책의 핵심이다.
최근 전셋값 상승은 전세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매매 시장 부진에 따른 전세 수요 증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구조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정부의 진단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집을 사야 할 사람들이 전세에 머물러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으므로 매매 활성화로 숨통을 틔우겠다는 정부의 방안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가계소득이 정체되고 가계부채가 포화된 상황에서 매매 수요를 부추긴다고 시장이 얼마나 살아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의 전셋값이 집값의 60%를 넘어서는 지역이 늘어나는데도 무주택자가 집을 사지 않는 것은 그럴 여력이 없거나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집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말려도 집을 살 사람은 살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으로선 과도기의 전세난을 완화하면서 집값이 지금보다 더 안정되도록 유도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집을 사도록 부추겨 지금의 집값을 떠받침으로써 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쪽에 가깝다. 이렇게 되면 직접적인 수혜자는 집 없는 서민이 아니라 다주택자와 주택공급자일 수밖에 없다. 돈을 빌려 집을 산 서민들은 자칫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우려마저 있다.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게 낮은 금리의 모기지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매매 수요 진작을 위한 것이다. 국민주택기금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내집 마련을 해 주거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3000가구 정도의 시범사업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집값이 떨어질 경우 주택구입자가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 월세 세입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정작 세입자 보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전월세 상한제는 이번 대책에서도 빠졌다. 전월세 상한제는 계약기간 2년이 끝난 뒤 1회에 한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하고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를 시행하면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과도기에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라고 주장한다. 전월세 상한제를 다시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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