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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구역 사고, 허술한 안전관리가 빚은 아찔한 인재 |
경부선 대구역에서 지난 31일 어이없는 열차 3중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대구역을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던 서울행 케이티엑스가 역을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 옆 선로에 대기하던 서울행 무궁화호가 출발하는 바람에 일어났다. 무궁화호는 합류 선로에서 케이티엑스의 뒷부분을 들이받았고, 이때 부산을 향하던 케이티엑스가 들어오면서 기울어진 서울행 케이티엑스의 측면을 쳤다.
사고 당시 3개의 열차에는 모두 1300여명의 승객이 있었지만 열차가 모두 저속 운행 중이어서 다행히 별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무궁화호에 받힌 케이티엑스가 기울어진 데 그쳤기 망정이지 전복됐다거나 부산행 케이티엑스의 속도가 빨랐다면 큰 충돌이 불가피했다. 놀란 승객들이 유리창을 부수고 탈출한 데서 사고 당시의 긴박함을 알 수 있다.
열차 사고는 최근 3년 동안만 20건 가까이 발생했는데 이번에는 무궁화호 열차가 정지 신호에도 불구하고 출발한 데 원인이 있다. 국토교통부의 잠정 조사 결과로는 여객전무가 신호를 오인해 기관사에게 출발 수신호를 보냈고, 기관사 역시 신호등을 한번 더 확인해야 하는데 여객전무의 신호만 믿고 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신호체계의 오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정황상 관제실·기관사·여객전무의 연락 과정에 혼선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안전불감증이 빚은 전형적인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철도노조 쪽은 정상 근무자를 대신해 대체 근무자를 투입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문제제기를 하는 데 주목할 만하다. 무궁화호 여객전무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오랫동안 여객전무 일을 하지 않았으며 임시 안전교육을 받고 업무에 투입됐다고 한다. 코레일은 비용 절감 명목으로 인력을 감축하고 열차 승무원들을 순환근무시키고 있는데 휴일에는 대체 근무 직원이 더 많다고 한다. 노조 주장대로 무리하게 순환근무를 시키면서 안전교육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사고는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지난 7월 한달 유럽에서는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에 이르기까지 3차례의 대형 열차사고가 발생해 사망자만 90명을 넘었다. 유럽의 잦은 열차사고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이른바 경영 효율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신자유주의 바람을 타고 민영화를 추진한 결과 경제성만 중시하고 안전성은 소홀히 한 나머지 기관사 업무가 과중하게 늘어나 사고가 빈발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근무 형태와 직무 교육 등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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