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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9.01 19:02 수정 : 2013.09.01 19:02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1일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내란 음모’ 사건에 대해 “국정원의 진보당원 거액 매수 및 정당 사찰에 의한 조작이고 날조”라며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 처리에도 반대하고 나섰다.

국정원이 조직 개편·축소 위기에 몰린 시점에 이 사건을 터뜨린데다,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라 해도 ‘내란 음모’라고 할 정도의 구체성과 실행력이 뒷받침돼 있느냐는 논란도 있다. 진보당 쪽이 주장하는 대로 ‘매수에 의한 함정수사’ 가능성 등 법적 분쟁 소지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석기 의원은 30일 회견에서 자신의 발언이 곧바로 ‘북한 편에 서서 전쟁을 치르자’는 뜻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 “보도연맹 사건 때처럼 당원들이 희생당하지 않도록 막기 위해 준비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녹취록의 한계상 취지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 대목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이 우려하는 건 법적 논란이나 이 의원의 구속 여부가 아니다. 진위 논란이 남아 있긴 하지만, 녹취록 전반을 통해 드러난 이 의원과 진보당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너무 시대착오적이고 상식과 동떨어진 데 대해 황당해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같은 당 이상규 의원조차 “지금 군사적 혁명 이런 게 가능한가” “내용이 납득이 안 간다”고 하겠는가.

이석기 의원은 지난해 5월 모임에서 강연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양측의 군사행동이 본격화되면… 항구적 평화를 실현할 기회로 바꿔내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놈들하고 붙는 대민족사의 결전기에서 우리 동지 부대가 선두에서 저놈들의 모략책동을 분쇄”하자며 “전투태세 준비”를 당부하는 녹취록 내용과는 거리가 한참 먼 얘기다. 토론 내용도 ‘폭력적 대응’ ‘파괴’ ‘전기·통신 분야 공격’ ‘저격’ 등 평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내용 일색이다.

국민들은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진보당 내부에 합리적 인사들이 있다면, 국민들의 이런 상식적인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는 더이상 정당으로서 존립하기 힘들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왜곡 편집된 녹취록에서 이석기 의원 강연에도 총을 잡으라는 부분은 없다”거나 “대한민국이 몇몇이 장난감총을 개조한다고 해서 통신시설이 뒤집어질 나라냐”는 식의 항변으로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힘들다.

이 사건 때문에 국기문란 행위를 저지른 국정원의 개혁마저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를 상황을 맞았다. 진보당 안에 정말로 ‘진보’의 미래를 걱정하는 합리적 인사들이 남아 있다면 어떻게 처신하는 게 옳은 길인지 심각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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