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국정원 개혁은 정기국회의 최대 과제 |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2일 100일간의 일정으로 개막된다. 정기국회가 열리더라도 당장은 개점휴업 상태가 될 전망이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 탓이다.
이번 정기국회는 어느 때보다 시급한 민주주의와 민생 문제를 안고 있다. 민주주의의 문제는 국정원 개혁으로 집약된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경찰의 수사 축소 은폐 의혹에 대한 엄정한 처리,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 국정원의 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책임 규명, 구체적인 국정원 개혁안 마련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감사원 개혁과 4대강 진상 규명 등도 중요한 과제다. 민생 문제 역시 세제 개편안, 전월세 대책, 경제민주화 입법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사안들이 즐비하다.
특히 국정원 개혁은 이번 정기국회의 최대 과제 중 하나다. 대선 당시 국정원의 여론조작 행태, 남재준 원장의 대화록 공개 등은 국정원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켰다. 국정원 개혁이 논의되는 즈음에 통합진보당 사건을 터뜨린 것 역시 의심쩍다. 이는 국회 국정조사를 앞두고 국정원이 대화록을 공개한 것과 맥락이 비슷하다. 국정원이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보다 국내 정치에 끼어들어 뭔가 흐름을 바꾸려 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통합진보당 사건에 대한 수사는 철저히 하되 국정원 개혁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개혁 대상인 국정원에 수사를 맡길 것이 아니라 검찰로 이관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여야는 정기국회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쳐 국정원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민생 문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정기국회가 개점휴업인 것은 집권 세력 책임이 크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한달이 넘도록 이어가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사실상 함께 제안한 3자 회동을 거부한 채 4일 외국 순방에 나선다. 당분간 정국을 풀 실마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31일 서울역 광장에는 2만여명의 시민이 모여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을 들었다. 통합진보당 수사로 시민의 발길이 좀 줄었지만 그렇다고 촛불 열기가 사그라질 정도는 아니었다. 국정원 개혁은 크고 작은 정치적 우여곡절로 인해 금방 사라질 지엽적 문제가 아니다. 나라의 미래와 직결된 민주주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국정원 개혁의 본질을 직시하길 바란다.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국정원 개혁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