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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석기 의원,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으라 |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2일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접수된 것과 관련해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권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철학자 볼테르의 말을 인용하면서 “21세기 국회가 3세기 전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발언에 대해 줄곧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 의원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이 의원은 ‘말할 권리’나 ‘국회의 후퇴’를 거론하기에 앞서 자신이 한 발언부터 솔직히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이 의원은 “총기나 사제폭탄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월12일 합정동 모임 녹취록에 나온 이 의원의 발언을 보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자루 권총이란 사상”이라느니 “압력밥솥에 의한 사제폭탄 매뉴얼”이니 하는 충격적인 발언이 곳곳에 널려 있다. 녹취록의 진실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이 의원 자신도 민주당에 보낸 구명서신에서 “총이란 단어 하나로 내란음모로 낙인찍혀 버렸다”고 말한 것을 보면 총기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말은 애초 거짓이었음이 분명하다. 김재연 의원 역시 합정동 모임에 간 적이 없다고 펄쩍 뛰다가 뒤늦게 모임 참석을 시인했다.
이 의원이 상식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최소한 국민에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사과 정도는 하는 게 정상이다. 그리고 자신이 한 발언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 이 의원은 구체적인 반박도 없이 국정원을 향해 무조건 “날조·모략”이라고 외마디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거기에다 오락가락과 거짓말까지 겹치니 국민이 더욱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국정원이 이 의원 등에게 적용한 내란음모죄가 적절한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러나 법률적 판단과는 별개로 많은 국민의 눈에 이 의원은 이미 국회의원 자격을 상실했다. 그런 맹목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국민의 대표로 인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의원은 차라리 국회의원의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고 정정당당히 수사에 응하는 것이 옳다.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민주당을 향해 “말할 권리를 위해 싸워달라”느니 “야성을 잃지 말라”느니 하며 보호를 요청하는 것도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큰 손상을 입었다는 것은 이 의원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이 의원은 이제부터라도 모든 것을 법률과 사실관계에 기초해 판가름 내겠다는 자세를 갖고 솔직하고 책임 있게 수사에 응하길 바란다. 그것이 그나마 역사와 진보에 누를 끼친 것에 대해 속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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