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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경쟁력 갉아먹는 ‘금융 낙하산’ |
케이비(KB)금융그룹 자회사인 케이비국민카드 임원에 금융업무 경력이 없는 정치권 출신 인사가 선임됐다고 한다. 지주사 회장부터 은행장에 이르기까지 관치 인사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게 바로 엊그젠데 이제는 계열사 임원 자리까지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는 모양이다.
케이비금융그룹은 국책 금융기관도 아니고 우리금융과 달리 정부 지분도 전혀 없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친정부 인사의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고 그때마다 노조가 반발하는 양상이 되풀이돼 왔다.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으로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 대상이 됐던 임영록 지주사 회장은 그런 까닭에 취임 당시 은행 인사에서 능력 위주의 내부 인사를 우선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그러한 약속을 헌신짝으로 만든 꼴이다. 이번에 카드 임원으로 선임된 정치권 출신 인사는 새누리당 윤진식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인물이다. 더군다나 윤 의원은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케이비는 앞서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으로 17대 총선에 출마했던 정치권 인사를 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또한 최근 선임된 금융연구원 출신 이건호 행장도 금융당국의 입김으로 행장이 됐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관치 논란의 주인공인 임 회장이 이를 불식하기는커녕 또다른 관치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의 인사 외풍은 케이비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당시 4대 금융지주사 회장이 하나같이 엠비와 친분 있는 인사들이어서 말썽이 많았는데, 그 자리에 현 정권과 가까운 ‘신4대천왕’이 들어섰다. 전문성을 중심으로 인사하겠다는 인사 방침은 오간 데 없어졌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이 ‘좋은 관치도 있고 나쁜 관치도 있을 수 있다’며 관치를 옹호하고 나서는 판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금융산업이 낙후성을 면하려면 원칙도 철학도 없는 낙하산 인사부터 중단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 순위가 25위로 여섯 계단이나 내려간 데는 금융시장 성숙도가 81위로 다른 부문에 비해 꼴찌 수준으로 추락한 탓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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