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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9.04 21:00 수정 : 2013.09.04 21:47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접하는 심정은 참으로 착잡하고 씁쓸하다. 사안의 내용과 절차, 정치권 대응 등이 모두 뒤죽박죽으로 엉켜 혼돈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권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제도가 갖는 본질적인 모순을 계속 방치해오다 또다시 이번 사태를 맞았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강제구인을 위한 절차인데도 마치 국회가 해당 의원 구속을 결의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 법원의 결정에 앞서 국회가 유무죄를 판단하는 꼴이 되는 모순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왔으나 국회는 이를 외면해왔다.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사태 역시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 더욱 부채질한 것은 통합진보당 자신이다. 국정원 수사가 문제점투성이라는 데는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내란음모 혐의 적용부터가 무리인데다 사전구속영장 청구 전에 피의자를 소환하는 절차마저 생략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이 의원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전혀 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의원은 수사를 받겠다는 적극성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자진출두하겠다는 의사표시도 전혀 하지 않았다. 오직 “국정원의 마녀사냥”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으로 스스로를 막다른 골목에 가두어버렸다. 심지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총기 발언은 농담이었다”는 주장까지 내놓아 더욱 신뢰를 실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에 기대 이번 사태를 돌파할 수 있기를 바란 것부터 부질없는 기대였다.

국정원보다 오히려 한술 더 떠서 공안몰이에 여념이 없는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더 할 말도 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곰곰이 성찰해야 할 대목이 적잖다. 대중을 상대하는 정당으로서 이 의원 체포동의안 반대가 ‘종북세력 편들기’로 인식될 것에 대한 우려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국정원의 여론재판식 공안몰이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기만 한 것이 과연 최선이었는가 하는 점은 되돌아봐야 한다. 국회 차원의 최소한의 사실관계 검증 과정이라도 밟은 뒤 체포동의안 처리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옳았다. 민주당이 그동안 폐지를 주장해온 국가보안법에 결국 동조한 셈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민주당은 답해야 할 형편이다.

어쨌든 이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상 이제는 엄밀한 증거에 기초해 사법적 유무죄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의원 등은 여야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원망으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진실만으로 대응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금처럼 잦은 말 바꾸기와 엉뚱한 해명으로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법률적 대응뿐 아니다. 이번 사태를 접하면서 국민이 받은 충격을 생각할 때 통합진보당이 여태껏 대국민 사과나 유감 표명 한번 없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진보당 내부에서도 “국민에게 사과하고 당내 진상조사위를 꾸리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분파주의적 행동”이란 이유로 묵살당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없다.

사법부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부터 사실관계와 법 적용의 적절성 등을 엄밀히 살펴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어떠한 여론몰이나 근거 없는 주장에도 흔들리지 말고 오직 법과 증거만으로 사안을 판가름하겠다는 냉철한 태도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석기 체포동의안 통과 이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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