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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9.05 18:56 수정 : 2013.09.05 19:10

눈앞에 다가온 무상보육 대란을 피하기 위해 결국 서울시가 2000억원의 빚을 내기로 했다. 이 돈에 국비 1423억원을 더해 올해 무상보육에 부족한 재원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발등의 불은 끈 셈이지만,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 걸 막을 수는 없다. 게다가 서울시의 지방채 발행은 2009년 이후 4년 만이다. 그 사이 조금씩 빚을 갚아 지난해 2조원대로 내려갔는데, 다시 늘어나게 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우선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돼야 한다. 무상보육비에 국고의 비중을 높여 지자체의 부담을 덜어주는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여야 만장일치로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지만 열 달째 법사위에 묶여 있다. 기획재정부가 법안 처리에 강하게 반대했고,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무상보육 재원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다 서울시가 양보한 만큼, 이젠 정부·여당이 책임있게 영유아보육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무상보육 논란은 복지 재정의 책임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몫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복지를 포함한 국고보조 사업은 원래 중앙정부가 기획하고, 지자체는 보조적으로 참여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갈수록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가 자신이 떠맡아야 할 몫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양상이다. 국고보조사업은 2007년 32조원이었다가 올해 57조원으로 확대됐다. 그런데 국비 보조율은 2007년 68.4%에서 올해 60.9%로 떨어졌다고 한다.

무상보육처럼 지자체 특성을 반영하지 않는 복지정책에 대해선 중앙정부가 재정 책임을 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올해 1월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보육사업처럼 전국 단위로 이뤄지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부와 국회는 법률을 정비하고 제도를 개편해 중앙정부의 재정 책임이 강화되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이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고 한 데서 초래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수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정도밖에 안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멕시코를 제외하면 우리가 꼴찌다. 북유럽 국가보다 복지 수준이 현저히 낮은 미국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증세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은 크다. 하지만 30년간 해마다 0.5%씩 복지지출을 확대해 나간다는 식의 장기계획을 세우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우리가 나아갈 복지의 목적지와 노선이 보이고 혜택을 느끼게 된다면 국민들도 동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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